한국 교회의 경쟁력은, 교회의 크기보다 목회자의 자질과 리더십에 달려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교회 발전을 위해서는 대형 건물을 짓고 신도를 확장하는 등의 외형 키우기보다는 인적자원의 개발이 더 시급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교회성장연구소는 최근 전국 864개 교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를 얻었으며 창립 13주년을 기념, 13일 개최하는 ‘한국교회 경쟁력연구 포럼’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기로 했다.
교회의 경쟁력을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포럼에서는 결과 발표에 이어 김두현 목사, 여경철 강남대 교수, 장성배 감신대 교수 등이 한국 교회의 경쟁력 제고 등에 대해 주제 발표한다.
조사 내용
연구소는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 경쟁력 측정 모델에 신학과 교회성장학적 내용을 더해 교회 경쟁력 측정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소는 이 모델에 따라 교회의 경쟁력을 영적자원, 물적자원, 인적자원으로 분류하고 문항을 만들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영적자원에는 교회조직의 목표와 훈련 프로그램, 평신도의 참여도, 전도, 사역, 선교 등이 포함됐으며 물적자원에는 교회의 규모, 기도원 등 부동산 소유 정도, 교통망과 입지조건 등 주변 여건 등에 대한 질문이 들어있다. 인적자원은 담임 목회자와 부목사 등의 자질과 리더십에 관한 것이었다.
연구소는 모두 204개의 문항을 만들어 전국 6,000여개 교회에 발송했으며 이 가운데 864개 교회로부터 응답지를 받았다. 이번 조사를 통해 설문에 응한 개별 교회는 물론, 종단별 지역별 규모별로 교회의 경쟁력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조사 결과와 시사점
이렇게 해서 얻은 한국 교회 전체의 경쟁력 점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56점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정종현 한국교회성장연구소 연구개발실장은 “지금까지 비슷한 조사가 한번도 이뤄진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점수가 높은 것인지, 낮은 것인지 비교하기가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평균 70점 정도는 돼야 경쟁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56점이 나온 것은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분야별 점수는 인적자원이 62점으로 가장 높게 나왔으며 영적자원은 57점, 물적자원은 46점에 그쳤다. 인적자원 가운데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것은 담임 목회자의 리더십이었다.
규모 별로는 소형보다는 중형, 중형 보다는 중대형의 경쟁력이 높았으나 대형 교회는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졌다. 경쟁력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이상적인 교회는 교인 1,000~2,000명 정도의 중대형 교회임을 알 수 있다. 표 참조
교회의 규모에 따라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에서도 다소 차이가 났다. 모든 교회에서 목회자의 리더십이 중요한 요소이기는 했지만 소형교회와 대형교회는 교회 조직의 목표와 훈련프로그램, 중간 크기의 교회는 평신도의 참여도, 중대형 교회는 기도회와 예배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연구소측은 물적자원이 인적자원, 영적자원보다 점수가 낮은 것에도 주목했다. 이는 단순히 건물이 크고 주변 여건이 좋다고 해서 교회의 경쟁력이 높아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설문 조사를 주도한 여경철 교수는 “비약적인 양적 성장을 이루던 한국 교회가 90년대 이후 주춤하고 있다”며 “한국 교회는 이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데 이번 설문 조사 결과 목회자의 리더십 향상 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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