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총재직 임기만료로 9월 물러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자신의 후계자를 사실상 직접 지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터키를 방문중인 고이즈미 총리는 11일 수행기자와의 간담회에서 “후보자가 확실히 정해지면 투표일 전에 지지 후보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고이즈미 총리에 대한 당 내외의 영향력과 인기를 고려할 때 총리 자신이 후임 총리를 사실상 지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후보에 대한 지지 표명 시기를 선거 직전까지 미룸으로써 포스트 고이즈미에 대한 영향력을 임기 말까지 발휘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고이즈미 총리는 차기총리의 요건에 대해 “중의원이든 참의원이든 새로운 총재 아래서 선거에 이길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며 후보의 대중적인 인기를 강조했다. 또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의 선거 쟁점화에 대해서는 “그 문제를 내가 제기한 적이 없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언급은 ‘고이즈미 의중’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 장관에게 쏠려 있음을 짐작케 한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달 말레이시아 방문 중에도 아베 장관에 대한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총리의 ‘차차기론’을 정면 반박하며 아베 장관의 출마를 적극 권유한 바 있다.
한편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 대표는 이날 “차기 총리는 야스쿠니를 참배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간자키 대표는 “야스쿠니신사에는 A급 전범이 합사돼 있을 뿐 아니라 과거 전쟁을 칭찬하고 있다”며 “내각의 방침과 다른 곳에 일국의 총리가 가는 것은 모순된 행위”라고 강조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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