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2일 의원총회를 열어 새 원내대표에 이재오 의원, 정책위의장에 이방호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 이 의원은 이날 소속 의원 127명 중 123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72표를 획득, 50표에 그친 김무성 의원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개표 결과가 발표된 순간 의총장은 술렁였다. 접전 예상을 뛰어넘는 큰 표차에 대한 놀라움의 표출이었다. 당초 이번 선거는 ‘친박(親朴ㆍ김무성) 대 반박(反朴ㆍ이재오)’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의 대리전’‘사학법 장외투쟁 대 병행투쟁’의 성격을 띄면서 김 의원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따라서 이 결과는 한나라당의 향후 진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사학법 투쟁방식에 변화가 예상된다. 이 원내대표의 당선에는 병행투쟁을 주장해온 소장파와 비주류, 장기화하는 장외투쟁에 회의를 가져온 의원들의 지지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도 “사학법의 원천 무효에 가까운 재개정을 위해 열린우리당의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협상에 나서겠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박 대표의 당 장악력에도 손상이 불가피하다. 박 대표측이 “엄정 중립을 지켰다”고 강조했지만, 이 시장과 가까운 이 원내대표를 선택한 표심의 결과는 박 대표의 당내 위상 약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박 대표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이 원내대표의 거듭된 강조에도 불구하고, 반박 진영을 이끌어온 그의 존재 자체가 박 대표에겐 부담이다.
박 대표의 한 측근도 “앞으로 박 대표가 많이 갑갑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당대표와 원내대표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명실상부한 투톱(Two_top) 구도가 만들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원내대표가 일정 시점이 지나면 제 목소리를 낼 것이란 얘기다.
개인적인 스타일도 표심에 영향을 미쳤을 법 하다.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이 원내대표의 저돌적인 추진력이 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결과는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명박 시장에 더 힘을 실어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 이재오 원내대표 "투쟁과 협상비율은 6대4"
30여년간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5차례에 걸쳐 10년여간 옥고를 치른 재야 출신 3선 의원. 16대 국회에서 당 원내총무와 사무총장을 지냈고, 17대 국회에선 홍준표 김문수 의원과 함께 국가발전전략연구회를 이끌며 당내 비주류를 자임해왔다.
이명박 서울시장과 가깝고 박근혜 대표와는 자주 대립해 대표적 반박ㆍ친이(反朴ㆍ親李) 인사로 분류된다. 지난해 행정도시특별법 국회 통과 때는 수도분할 반대투쟁을 주도 했다.
자전거로 지역구(서울 은평을)를 누비며 유권자들과 직접 접촉, ‘자전거 의원’으로도 불린다. 추영례(54)씨와 1남2녀. ▦경북 영양ㆍ61세 ▦중앙대 ▦전민련 조국통일위원장 ▦민중당 사무총장 ▦15~17대 의원 ▦한나라당 원내총무, 사무총장
-7월 전당대회까지만 원내대표를 하겠다고 했는데.
“박 대표와 임기를 같이 하는 것이 상식이다. 원내대표 처음 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감투라고 임기를 다 채우나.”
-강경파라서 대여 협상이 안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투쟁과 협상 비율은 6대 4다. 투쟁일변도로 가기 위해 협상을 안 한 적 없다.”
-장관 인사청문회는 어떻게 할 것이냐.
“아직 한달 정도 시간이 있다. 그 동안 당내 의견 모아 입장을 정하겠다.”
-사학법 재개정을 추진 하겠다지만 여당이 들어주겠나.
“여당 태도와 관계없이 재개정안을 만들어 준비하겠다. 사학법은 사립 초중고와 사립대학을 분리해야 한다고 본다. 종교사학 및 일반 사학 대표들과 논의해 모두가 만족하는 재개정안을 내놓겠다.”
-황우석 교수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위해 등원할 생각은 없나.
“여당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사학법 등과 패키지로 결론을 낼 것이다.”
● 이방호 신임 정책위의장 프로필
당내 대표적 보수 성향의 재선의원. 전국 최연소 수협조합장과 민선 수협중앙회 회장을 지냈다. 16대 국회에서 정치에 입문, 당 농어촌살리기특위 위원장을 맡는 등 농어촌 문제 해결에 앞장서왔다.
대여 공세의 선봉에 서는 것은 물론 의원총회에서도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거침 없이 쏟아내는 강골 스타일. 영남권 보수파 의원 모임인 자유 포럼의 핵심 멤버다. 황성희(61)씨와 3녀. ▦경남 사천ㆍ61세 ▦수산업협동조합 중앙회장 ▦16,17대 의원 ▦한나라당 원내부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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