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최대 세력 시아파의 최고 지도자 압둘 아지즈 알 하킴이 헌법 개정 합의를 번복, 이라크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하킴은 11일 이슬람 명절 이드 알 아드하 기념 연설에서 “헌법 주요내용을 개정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중단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연방제를 원하는 지역에 준자치권을 부여하는 방안까지 언급하고, 쿠르드 족도 이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지난해 10월 헌법안 국민투표를 앞두고 수니파와 맺은 약속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당시 시아파와 쿠르드족은 수니파의 반발을 무마키 위해 새 정부 출범 이후 헌법 문제조항에 대한 개정을 약속했다. 약속대로라면 개정작업은 2월 초 주권정부 출범 이후 4개월 안에 마련해 국민투표에 붙여져야 한다.
쟁점이 되는 헌법 조항은 서로 이해가 엇갈리는 자원배분과 연방제이다. 자신들의 거주지에 자원이 거의 없는 수니파는 연방제를 거부하는 반면, 다량의 원유가 매장된 북부와 남부에 분포하는 쿠르드족과 시아파는 연방제 또는 자치를 원하고 있다.
수니파측은 하킴의 발언을 정치적 술수라면서 예상과 달리 냉정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달 15일 실시된 총선에서 시아파와 쿠르드족은 대통령 선출이나 행정부 장악을 위해 필요한 의석 3분의 2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헌법개정 건을 다시 협상카드로 꺼내 수니파의 힘을 빌리려는 것이 하킴의 발언 배경이란 풀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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