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이전만 해도 살정(殺精) 성분이 있는 독초나 해초, 나무뿌리 등이 피임용 약재로 널리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후 성병이 만연하면서 피임과 함께 성병 예방을 위해 콘돔이라는 새로운 발명품이 등장했다.
라틴어로 그릇이나 저장소를 뜻하는 콘두스(condus), 또는 페르시아에서 동물의 창자로 만든 긴 저장용기를 콘두(condu)라고 불렀다는 데서 콘돔이라는 말이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로마시대 군인들이 처음 사용한 콘돔은 물고기의 부레 또는 양과 같은 동물의 창자를 수가공해 만들어졌다는 기록이 있다.
■ 18세기 영국왕 찰스2세의 주치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다. 찰스2세의 엽색행각을 보다 못한 주치의 콘돔 박사가 왕족의 혈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시 콘돔은 양의 맹장을 떼어내 말린 뒤 기름종이로 문질러 부드럽게 만들었는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영국 방방곡곡에 목장이 번성했다고 한다.
19세기 후반 고무혁명과 함께 상용화의 길로 들어선 콘돔은 고무나무액을 암모니아로 농축해 안정화시키는 라텍스공정이 개발되면서 피임기구로는 물론 성병 예방과 조루증 방지 등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었다.
■ 중국 광저우(廣州)의 한 콘돔 생산업체가 ‘지퍼게이트’의 주인공인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이름을 붙인 콘돔을 생산, 꽤 재미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가 ‘커린둔(克林頓)’과 ‘라이원쓰지(萊溫斯基)’를 상표로 한 콘돔을 생산ㆍ판매하는 데도 당사자들이 여태 문제 삼지 않는 것을 보면 저작권 시비는 일지 않을 모양이다.
대통령 퇴임 후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예방활동을 벌여온 클린턴이 에이즈 예방의 필수품에 자기 이름을 붙였다고 발끈하기에는 어색했을 법도 하다.
■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국은 세계 제일의 콘돔 수출국이다. 수출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후진국이나 옛 동구권국가를 방문할 때 국산 콘돔을 건네주면 입국심사나 수출협상이 수월했다는 말이 전해질 만큼 한국산 콘돔은 인기가 있었다. 최근에는 중국과 동남아산 제품이 저가를 무기로 대항해오고 있지만 품질에서 한국산을 못 따라온다고 한다.
최근 콘돔 전문매장이 출현하더니 홈쇼핑에서도 판매할 모양이다.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의 하나로 인정 받는 콘돔은 성 문화의 발달과 뒤따르는 질병으로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유망산업으로 남을 것 같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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