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라비아의 메카에서 매년 열리는 이슬람 성지순례(하지) 중 가장 위험한 의식으로 꼽혀온 ‘마귀 돌기둥 돌 던지기’ 행사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대형 참사를 불렀다.
12일 메카 인근 미나 계곡에서 하지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 행사에 참가한 무슬림 순례자 110여명이 압사하고 1,000여명이 다쳤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사우디 적신월사 관계자는 사망자가 300명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는 ‘알 아크바’라고 불리는 3개의 돌기둥으로 향해가던 순례자 행렬 사이로 움직이는 버스에서 짐들이 떨어지자 이를 피해 사람들이 달아나면서 혼잡을 빚기 시작,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사우디 정부는 해마다 반복되는 대형 압사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3,000만 달러를 들여 비상통로를 갖춘 인도교를 설치하는 등 미나 계곡 일대를 대대적으로 정비했으나, 한꺼번에 몰려든 200만 여 명 순례자들을 당해내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특히 알 아크바 기둥 등 3개의 돌기둥을 모두 돌벽으로 바꾸어 과녁을 크게 만들었고 폐쇄회로 카메라도 곳곳에 설치하고 현장에 보안원들을 배치했다. 또 새벽 기도 전 이 의식을 진행해도 괜찮다는 종교지도자의 파트와(이슬람법 해석)를 발표해 순례자들의 분산을 유도했다.
‘마귀 돌기둥 돌 던지기’ 행사는 선지자 아브라함이 신의 소명에 따라 아들 이스마엘을 제물로 바치려 할 때 유혹했다는 악마를 쫓는 의식이다.
이 의식에 참가하는 순례자들은 메카 인근의 미나 계곡에 세워진 3개의 돌기둥을 향해 인근 돌산에서 주워온 조약돌 49개를 한꺼번에 7개씩, 모두 7차례에 걸쳐 던지며 “악마여 물러가라”를 외치는데, 돌기둥을 맞히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려고 몸싸움을 벌이면서 대형 압사사고가 벌어지곤 했다.
2003년 이 의식을 치르는 과정에서 251명이 압사했고, 90년에는 1,426명이 사망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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