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5월 27일 이전에 사망한 부모 등으로부터 유산보다 부채를 더 많이 상속 받은 사람도 올 3월 28일까지 가정법원에 새로 ‘한정승인’ 신청을 하면 유산을 초과한 빚은 갚지 않아도 된다. 작년 12월 29일 개정민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98년 5월 27일 이후에 부채를 상속 받은 사람만 같은 방법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었다.
대법원 1부(주심 강신욱 대법관)는 12일 신용보증기금이 98년 4월 남편이 사망한 후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빚을 떠안게 된 이모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개정민법에 따르면 98년 5월 27일 이전에 부채를 상속 받은 사람도 개정민법 시행일(지난해 12월 29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한정승인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정승인 신청이란 상속 받은 돈보다 채무가 더 많을 때 상속 받은 사람이 “유산 한도 내에서 빚을 갚겠다”고 신청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98년 8월 28일 “사망한 부모 등에게 빚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던 자녀 등 상속인이 빚을 떠안도록 한 민법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1차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관련 민법조항의 한정승인 신청 기간이 ‘상속 개시일(피상속자가 사망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서 ‘상속채무가 재산보다 많은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로 개정됐다.
그러나 헌재 결정이 있기 3개월 전인 98년 5월 27일 이전에 상속을 받은 사람은 구제를 받지 못했으며, 지금까지 법원도 이들이 한정승인 신청을 하면 각하(却下)해왔다. 헌재는 이에 대해 2004년 두 번째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으며, 지난해 민법이 이에 맞춰 개정됐다.
대법원은 “각하처분을 받았던 사람도 가정법원에 다시 신청을 하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빚을 갚아버렸거나, 법원에서 빚을 갚도록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은 구제 받을 수 없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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