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는 가공되지 않은 기록서사다. 시청자를 감동시키는 차원에서 보면 ‘다큐’는 드라마나 쇼, 오락 등에 비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진솔함으로 형식면에서 우위에 선다.
다큐 전문채널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새해를 맞아 다큐의 진수, ‘볼거리’의 성찬을 풀어놓는다. 테마기획 ‘어메이징 모먼트’, 말 그대로 ‘눈알 튀어나올 순간들’만 모아 16~20일 밤 10시부터 두 시간씩 시청자의 시선을 빨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직접 맛을 봐야 알 일이지만, 메뉴 리스트만 들여다봐도 군침 도는 기획이다.
총 5회의 기획은 각각 다섯 가지씩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첫 날 방영분의 다섯 에피소드는 의외의 킬러들, 자연의 분노, 치명적인 만남, 놀라운 발견, 위험 지대 등이다. 쥐에 맛 들린 개구리, 동족을 공격하는 하마, 트위스터(회오리바람) 한 복판으로 들어가는 폭풍 추적자, 거대한 보아뱀에 휘감긴 파충류 보호운동가, 상어의 공격, 대형버스 길이의 악어 유해를 파헤치는 고생물학자의 모습 등이 각각의 에피소드를 구성하는 재료들이다.
둘째 날의 테마는 ‘위기의 순간들’이다. 문명과 야생이 만나는 순간의 스파크처럼 위험한 장면들, 가령 얼음 낙하의 파도에 휩쓸리는 빙하 관광객의 모습이나 소떼를 구조하려던 수의사가 맞닥뜨리는 위기 등이 펼쳐진다.
수요일 방영분은 ‘극단의 순간들’. 거대한 포식자를 만난 도마뱀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스스로 피를 내뿜어 위협하는 행위며 화산이 폭발하듯 극한에 이른 대자연의 포악성, 위기 상황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하는 인간의 몸부림들을 가식 없이 보여준다.
‘대면의 순간들’ ‘아찔한 순간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4, 5일째 방영분에서도 시청자들은 자연과 자연의 구성물로서의 인간의 놀라운 모습들을 대면하게 된다.
튀긴 바퀴벌레와 소 눈알, 구더기가 버글거리는 치즈 덩어리를 먹어대는 ‘문화’에 욕지기가 치밀수도, 자신의 몸에 대못을 박는 자칭 ‘고문 왕’의 행동에 아연실색할 수도 있다.
‘다큐’ 필름은 다만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뿐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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