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11일 청와대 만찬 간담회는 노 대통령의 탈당 시사 발언으로 침울하고 어수선했다는 전언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언급이었기에 당 지도부로는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노 대통령의 탈당 발언은 만찬 중반에 나왔다. 초반에는 “당청간 협력과 소통이 중요하고 이를 위한 시스템 마련에 노력하자”는 등 덕담성 대화가 오고 갔다. 그러다 당에서 1ㆍ2 개각에 대한 문제제기와 당ㆍ청관계 개선에 대한 발언의 수위가 높아지자 노 대통령이 탈당 얘기를 꺼냈다.
만찬 초반 신기남 의원은 “청와대가 당의 여론과 의견을 존중해 주길 바란다”며 “상호 인식차를 극복하기 위한 당청간 상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선호 의원은 “정무수석이나 정무장관의 신설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있긴 하지만 당청간 여러 공식 채널을 통한 안정적 소통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전 의장과 유시민 의원 입각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참석자가 “정 전 의장에 대한 내각 징발에 대해 당의 불만이 많다”, “당이 그렇게 반대했는데도 유 의원 입각을 밀어붙인 것은 청와대가 당을 무시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자 노 대통령이 엄중한 표정으로 탈당론을 꺼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입각문제와 당청관계 개선에 대한 얘기가 이어지자 대통령이 ‘내각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인데 당에서 그렇게 간섭할 일이 아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뒤 탈당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고부간 아무리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가까이 있으면 감정만 악화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땐 차라리 떨어져 사는 게 낮지 않느냐”는 게 그 시작.
이에 따라 만찬장 분위기는 일순간 얼어붙는 듯 했다. 한 참석자는 “당장 모든 참석자들이 나서 ‘탈당은 안 된다’고 적극 말렸다”고 전했다. 계속되는 만류에 노 대통령은 “그러면 지금은 접겠지만 지방선거 이후에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물러섰다고 한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당청간 소통 부족 등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당정청 TF팀을 구성해 바람직한 관계에 대한 발전적 방안 모색을 연구해 보자”고 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정세균 전 의장 입각 문제는 다소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 “당이 정부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관계를 만들자”는 등 분위기를 수습하는 발언도 했다. 노 대통령이 당의 여러 요구사항과 건의를 들어주는 모양새로 만찬을 매듭지은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만찬 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은 대연정 제안 때 전략적 판단 실수로 당에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 ‘부담을 덜어줘야 하나’라는 탈당 고민을 한 적이 있다는 말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 참석자는 “대통령은 참석자들이 하도 만류해 지금은 탈당을 보류하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며 노 대통령의 탈당의사가 확고했음을 거듭 강조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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