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금 중국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10일부터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 중인 김 위원장의 정확한 행적은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11일 김 위원장은 상하이(上海)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과거 방중 때와 마찬가지로 세부 일정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5번째이지만, 일정은 항상 극비였다. 일정 공개 시 경호 상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김 위원장 본인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과 중국은 관례적으로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언론에 확인해 주지 않는다. 정부 당국도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정황까지는 확인했지만, 정확한 방문지, 목적 등은 파악하지 못한 모습이다.
외교부는 김 위원장의 방중 일정을 중국 외교부가 아닌 공산당 대외연락부가 주관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정보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는 김 위원장의 동선(動線)에 관한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김 위원장이 중국을 거쳐 러시아를 향해 출발했다”고 보도했고, 김 위원장이 전용 특별열차편이 아닌 비행기를 타고 중국에 들어왔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심지어 김 위원장이 건강 이상으로 10일 베이징에 도착해 검진을 받았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하지만 이 보도들은 신빙성이 낮다는 견해가 다수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에서 출발한 특별열차가 단둥을 거쳐 10일 밤 늦게 선양에 도착했는데 이후의 정확한 행적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김 위원장이 상하이나 선전 특구를 방문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로서는 김 위원장이 상하이에 머무르며 현지 푸둥(浦東)지구의 산업시설을 시찰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의 상하이 방문 목적은 무엇일까. 그는 2001년 1월 상하이를 전격 방문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적이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상하이 도시건설계획전시관, 전자 철강 자동차회사, 푸둥지구 동방명주탑, 증권거래소 등을 둘러봤다. 중국식 개혁개방정책 성공의 상징인 상하이를 둘러본 김 위원장은 ‘상전벽해’, ‘천지개벽’ 등의 표현으로 놀라움을 표시했다.
김 위원장의 상하이 방문 직후 북한에서는 ‘신사고’를 강조하는 경제적 실리, 실용주의 풍토가 강화됐고, 이는 2002년 7월 ‘7ㆍ1경제관리개선’이라는 경제개혁조치, 9월 신의주특구 지정이라는 개방조치로 이어졌다.
결국 김 위원장의 상하이 방문은 향후 북한의 정책전환을 예고하는 신호탄일 공산이 크다.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며 시장경제를 일부 도입해 경제발전을 이룬 중국의 성공사례는 체제유지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꾀하려는 김 위원장의 구미에도 맞아 떨어진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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