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반대시위 과정에서 체포됐던 한국 시위대 8명이 11일 홍콩에서 열린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취하 결정에 따라 석방됐다. 폭력시위에 대한 엄정한 법 적용을 거듭 강조해온 홍콩당국의 단호한 입장에 비춰 보면 이만해도 크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석방 결정의 이유는 증거부족이라고 돼 있으나 시위 동기, 우리 정부와 각계의 석방 노력과 탄원, 한국과의 선린우호 관계 등 여러 측면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3명에 대한 공소유지 결정은 한국적 폭력시위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지난 달 서울 여의도 농민시위에서 발생한 불상사와 홍콩 시위로 인한 국제적 파문을 겪으면서 사회에선 폭력적 시위문화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시민사회는 물론, 노동 농민단체 일각에서도 반성이 제기돼 이번에야말로 개선의 계기가 마련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홍콩시위와 관련, 최근 몇몇 관계자들이 보인 언행은 기대를 접게 할 만큼 실망스럽다. 민주노총 전재환 위원장은 무죄석방이나 공소취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1,000명을 추가로 홍콩에 보내 시위하겠다고 공언했고, 일부 재판 계류자들은 우리 정부에 변호사비와 생활비, 가족면회경비 등을 요구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당시 시위의 위법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그들의 법의식은 여전히 일반과 크게 괴리돼 있는 셈이다. 처음 농민시위에 호의적이었던 현지 여론이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싸늘하게 돌변했다는 사실은 ‘한국적’ 시위행태가 보편적 기준에서 볼 때 용납되기 어려운 수준임을 의미한다.
폭력시위 때마다 늘 경찰의 과잉진압에 핑계가 돌려졌지만, 이 같은 시위 지도부나 참가자들의 마비된 법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시위문화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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