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의회는 10일 최근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가격을 두 배 가까이 올리는 것으로 분쟁을 타결한 책임을 물어 내각해산안을 가결했다.
이번 조치는 넉달 전 출범한 유리 예하누로프 총리 내각의 해산 뿐만 아니라 ‘오렌지 혁명’으로 집권한 뒤 친서방정책을 고수해온 빅토르 유시첸코 대통령에게 치명타가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의회는 이날 표트르 시모넨코 공산당 당수 등이 발의한 내각해산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50표, 반대 50표로 가결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카자흐스탄을 방문 중인 유시첸코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가스 문제를 정치문제로 삼는 것은 훌륭하게 달성한 결과를 해칠 뿐”이라며 “가스협정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유시첸코는 “이번 내각해산안은 위헌”이라며 “법률 자문을 받아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상호 이익이 되는 결론을 내렸다”고 협정에 만족감을 표했다.
예하누로프 우크라이나 총리는 “현행 헌법에 따르면 이번 의회는 내각을 구성할 권리가 없다”며 “3월26일 총선을 통해 탄생하는 의회가 내각을 추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시첸코 대통령의 ‘오렌지 혁명’ 동반자였으나 지난해 9월 해임된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가 2004년 실각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총리가 이끄는 친러시아파 야당과 손을 잡아 내각불신임안을 지지하는 등 친서방파의 분열과 친러시아파의 부활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투자은행 CSFB의 이코노미스트 세르게이 볼로보에프는 “이번 내각해산안은 유시첸코의 친서방정책에 반대하는 친러시아 야당들이 3월 총선에 앞서 정치적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시도”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티모셴코 전 총리가 새 내각을 주도하려는 야심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티모셴코 총리가 이끄는 티모셴코 블록은 러시아 가즈프롬과의 가스공급협정 폐기와 이반 플라치코프 자원에너지부 장관과 알렉세이 이브첸코 국영 나프토가즈 회장 해임건의안도 별도로 제출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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