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최근 당청갈등에 대해 “양측이 이렇게 인식의 격차와 생각이 다르니 따로 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열린우리당을 탈당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당청관계를 고부(姑婦)사이로 비유하며 “고부간에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가까이 있으면 감정만 악화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차라리 떨어져 사는 게 낫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한 참석인사가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 “내각구성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데 당에서 왜 이렇게 간섭하려 하는 지 모르겠다”며 “작년 당에 대연정을 제안한 이후 당에 피해를 입히는 것 같아 당시 당 지도부에 탈당 얘기를 꺼낸 적이 있는데 당시엔 반대가 심해서 못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당은 정권재창출이 지상목표인 반면 나는 5년 단임제 대통령으로 국정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역사적 의무가 있는데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며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도 임기말에 그런 고민을 하다가 결국 탈당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당에서 당청일체를 강조하지만 자식도 장성하면 떠나가듯이 당청이 서로 제 자리에서 자기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향후 탈당의사를 거듭 비쳤다.
이에 참석자들이 적극 만류하자 노 대통령은 “지금은 일단 (여러분의) 얘기를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지방선거 등을 치르고 당의 지지도에 영향을 주지 못할 때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당에선 (2007년) 차기 대선을 의식해 이런 저런 요구를 할 텐데 선거를 의식하면 국정과제를 올바로 수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측은 “노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한 뒤 당에 피해를 입히는 것 같아 당 지도부에 탈당 얘기를 꺼낸 적은 있다’고 밝혔다”면서 “당시 반대가 심해 못했고 그것으로 끝난 일”이라고 노 대통령의 탈당 의사 표명을 부인했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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