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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르포-직접 가봤더니/ 부산 재개발 건설사 수주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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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르포-직접 가봤더니/ 부산 재개발 건설사 수주현장

입력
2006.01.1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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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항도 부산의 주택가는 대형 건설 회사들의 홍보장이 됐다. 184개 노후 주택가가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내로라하는 업체들은 모두가 이 곳으로 내려왔다. 각 건설 업체의 홍보맨들은 매일매일이 전투다.

주민들은 이들의 선물 공세, 노력 봉사 등이 싫지는 않지만 “결국 분양가에 반영되는 것 아니냐”며 은근히 걱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16일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L 건설과 K 건설간의 수주 홍보전이 한창인 부산 연제구 연산동 연산6구역(1,011가구 건립 예정) 재개발 현장을 둘러봤다.

10일 오전 9시. 현장에서 몇 블록 떨어진 상가건물 3층에 임시로 마련된 L 건설 사무실. 9시가 되자 삼삼오오 모여든 주부 홍보사원들로 150여석의 자리가 꽉 들어 찼다.

곧바로 시작된 홍보 교육. “최대한 주민들과 가깝게 지내는 게 중요하다. 오늘은 설거지든 청소든 최대한 주민들과 밀착할 수 있는 전략을 앞세워….” 홍보 교육을 맡은 홍모 차장의 목소리는 어느새 점점 커져 갔다.

오전 11시. L 건설의 홍보 활동이 본격 시작됐다. 일대일 마케팅이 오늘의 전략이다. 70대 할머니 집을 찾은 주부 홍보사원 김모(38)씨는 “친정 어머니가 직접 담근 청국장을 보내주셨는데 장 맛이 너무 좋아요. 내일 올 때 좀 싸 올게요”라며 말을 건넸다. 김씨는 이내 부엌으로 달려가더니 설거지를 했다.

집 밖이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최고로 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K 건설 홍보 도우미들이 열을 맞춰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K 건설 도우미 박모(25)씨는 “지난 주말에는 너무 추워 얼굴까지 텄지만 오늘은 날씨가 풀려 좀 낫다”며 “효과는 길거리 홍보가 최고 아니냐”고 말했다.

오후 2시. 현장 골목에 빗자루 부대가 등장했다. K 건설 홍보 도우미들이 거리 청소에 나선 것이다. 홍보관 안에서는 주부 사원들이 노인들에게 사업 내용을 설명해 주고 말벗 노릇도 한다.

한쪽 골목에선 빨간색 코트 유니폼을 입은 L 건설 도우미들이 노래를 부르며 거리 홍보에 나섰다. 얼굴이 익었는지 이들에게 먼저 인사를 거는 주민들도 눈에 띈다.

주민들의 반응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주민 황세옥(44)씨는 “홍보도 좋지만 이게 다 돈 아니냐”며 “홍보비도 공사비에 포함될 거고, 결국 조합원 부담만 늘어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선민(41)씨는 “두 회사가 서로 헐뜯는 모습을 보면 어느 곳 하나 제대로 된 건설사라는 생각이 안 든다”고 말했다.

오후 10시. 홍보 현장에 나갔던 이들이 지친 표정으로 사무실로 돌아왔다. K 건설 김모 차장이 “자, 얼른 회의하고 오늘은 좀 일찍 들어가자”며 직원들을 불러 모은다. 그러나 회의는 이튿날 새벽 1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재개발 수주 현장은 24시간이 모자란다.

부산=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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