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 대학생과 16세 여고생의 알콩달콩 신혼 생활을 그려 큰 인기를 모은 영화 ‘어린 신부’. 연상녀ㆍ연하남 커플이 어색하지 않은 요즘 트렌드에 맞춰 16세 고교생과 24세 여대생의 결혼 이야기를 다룬 속편 ‘어린 신랑’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지만 현재로선 ‘제작불가’다. 현행 민법상 약혼과 혼인이 가능한 연령이 남자는 만 18세, 여자는 만16세로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는 11일 “국내법령집에 수록된 법령 제1편(헌법)에서 제17편(문화ㆍ공보)까지를 대상으로 남녀차별 조항을 조사해 보니 159개 조항이 성차별 소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여성은 일찍 시집을 가야 한다’거나 ‘외모가 중요하다’ 등의 성적 편견에 근거한 조항이 다수 있었다.
여성의 외모상 흉터를 남성보다 더 심각한 신체장애로 판정하는 등 마치 ‘미인대회 심사조항’ 같은 법률도 발견됐다. 공직선거관리규칙 상 선거사무 종사자가 업무상 상해로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생겼을 때 여성은 제4급 판정을 받지만 남성은 제6급 판정을 받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
공무원 남편의 사망으로 유족연금을 받고 있는 여성이 재혼을 하면 어떻게 될까. 정답은 ‘즉시 연금중단’. 유족연금은 배우자로서의 동등한 재산권과 가사 등 무급노동에 대한 기여를 인정, 보상하는 것인데도 현행법은‘일부종사(一夫從事)’의 구시대적 풍습에 근거해 배우자 유족의 혼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결혼과 임신ㆍ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피해를 당연시하는 ‘독소조항’도 수두룩했다. 지방직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후 남성은 병역 복무 등을 이유로 임용유예를 받을 수 있지만, 여성은 임용유예 사유에 임신과 출산 규정이 없어 곧바로 업무를 시작하지 않을 경우 합격이 취소된다.
독립유공자의 자손이더라도 손녀는 서럽다.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상 유족 수급권은 호주 승계자가 우선하도록 돼 있어 손자만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성차별적 법률이 남성들에게 득이 되는 것만도 아니다.
남성이 여성을 성폭행하면 ‘강간’이 되지만 남성을 성폭행하면 강제추행에 그친다. 성폭력범죄 대상을 여성에 한정한 형법 제297조(강간)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군대나 교도소 등에서 남성이 남성에게 가하는 성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에도 남성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지 않다.
이번 조사에서 지적된 159개 조항에는 호주제 관련 개정 민법이 발효되는 2008년부터 자연 소멸하는 규정도 상당수 포함됐다. 여성가족부는 앞으로 관계부처와 전문가, 시민단체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남녀차별적 규정을 다시 한번 선별한 뒤 관계부처 협조를 얻어 법률을 개정해나가는 한편 남은 법령에 대해서도 추가로 조사를 할 계획이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