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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씨네다이어리/ 에디슨이 DMB 영화를 본다면

입력
2006.01.1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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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의 왕’ 토머스 에디슨은 1891년 그의 동료 W.K.L.딕슨과 함께 역사에 길이 기록될뻔한 특허를 하나 제출한다. 이름은 키네토스코프. 사진을 연속적으로 이어 붙여 마치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활동사진 장치였다. 프랑스 뤼미에르 형제가 1895년 이를 발전시켜 개발한 시네마토그라프보다 4년 앞선 기록이다.

누가 봐도 키네토스코프는 영화의 시작으로 여겨질 만한 발명품이었지만 영화의 시조 자리는 에디슨의 것이 아니었다. 관람자가 직접 조그만 구멍을 통해 필름을 들여다봐야 하는 요지경의 형태를 띄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뤼미에르 형제는 처음으로 돈을 받고 많은 관객들을 상대로 영사(映寫)를 했다는 이유로 에디슨을 대신해 영광을 안았다.

이와 비슷한 논리로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 영화학교는 비디오나 DVD를 보고 제출한 영화 비평을 평가절하 한다. 언뜻 완고하게 보이는 이런 자세는 ‘영화는 극장에서 여럿이 함께 보는 것이다’는 정의(定義)를 웅변하고 있다.

지난해 5월1일 DMB시대가 막을 열었다. 1일에는 지상파 DMB폰 판매가 시작되면서 대중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DMB 콘텐트의 상당 부분을 영화가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충무로는 DMB를 발판 삼아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세계 최초로 DMB영화제가 열렸고, ‘다세포 소녀’ 등 DMB 전용 영화도 잇달아 제작에 들어갔다. 뭇 사람들은 새로운 형태의 ‘영화’가 등장했다고 주장한다.

영화는 한 순간에 창조됐다기 보다는 끝없는 진화를 통해 현재의 모습을 완성했다. 1927년 첫 유성영화 ‘재즈 싱어’가 등장했을 때나 컬러 영화가 나왔을 때도 영화는 무성이어야 하고 흑백이어야만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이 팽배했으나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 발전을 등에 업고 영화가 발전해왔다지만 조그만 화면에 혼자서 보는 DMB영화가 정말 영화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영화평론가 김영진씨는 “찍는 방식과 보는 방식이 기존 영화와 전혀 다른 영상물”이라고 말한다.

DMB가 한국영화계의 지형도를 바꿀지는 모르지만 영화의 기존 개념을 송두리째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지하의 에디슨이 땅을 칠 노릇이다.

라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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