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근정전은 조선시대 임금이 집무를 보고 국가 의식을 거행한 가장 중요한 건물이었다. 하층 190평, 상층 146평의 국내 최대 목조 건물로 당대의 도편수(집을 지을 때 총책임을 맡는 목수의 우두머리)가 최고의 기술과 실력을 발휘한 한국 건축 기술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그런 근정전이 2000년 대대적인 해체, 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고종 4년(1867) 흥선대원군이 중건한 이후 133년 만이다. 경복궁을 조선의 정궁으로 복원, 정비하려는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한 근정전 실측 조사에서 귀고주(귀 기둥) 4개 가운데 3개가 파손되고 1개는 부러지기 직전의 상태로 발견되는 등 구조상 변형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보수 공사는 도편수 신응수(64)씨가 주도해 2003년 11월 완료됐다. 신응수씨는 우리나라 관영 건축 기문(技門)의 계승자로, 이 시대의 가장 뛰어난 대목장(大木匠)으로 꼽히는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그가 근정전 중수의 기록을 모아 ‘경복궁 근정전’(현암사ㆍ사진)이라는 책을 펴냈다.
“근정전을 보수하면서 정말 잘 지은 건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겉 모습 뿐만 아니라 내부에도 온갖 정성을 다했어요. 휘어지는 곡재를 서까래로 썼는데 목수 생활 50년 만에 이런 것은 처음 봤습니다. 이렇게 멋진 건물을 나 혼자만 알면 안되겠다 싶어 책으로 냈습니다.”
역대 장인이 목조 건물의 건축 기법에 대한 기술서를 남기지 않은 것과 달리, 그는 3년 8개월에 걸쳐 근정전을 해체, 보수하고 그 과정에서 조사한 자료와 사진, 실측 도면 등 근정전 내부 구석구석의 상세한 정보를 책에 담았다. 건물 규모에 비해 기둥 굵기가 가늘고, 용재를 잘못 사용한 사실 등을 밝혀냈다.
또 근정전 상층 지붕을 받치는 귀고주의 파손 원인을 분석하고, 기둥에 부재가 연결된 방식이나 지붕의 하중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 꼼꼼하게 기록했다. 상층과 하층의 건축 기법 차이에서 당시 상ㆍ하층을 다른 편수가 담당했을 것으로 유추하고, 부재에 남은 대패의 흔적을 통해 중건 당시 어떤 연장이 사용됐는지를 추정하기도 했다.
신응수씨는 “우리 시대의 장인들이 사진, 도면 등을 통해 근정전의 건축적 특징과 부재, 전통 건축 기법 등을 확인하고 일반 독자들은 우리 건물의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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