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주인공 주변의 사람들은 복잡다단하게 얽혀 들고 해결의 실마리는 어디서 찾아야 할지 종잡을 수 없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결말 부분에서 극적인 뒤집기를 위해 교묘하게 고안된 장치였음이 밝혀진다. 반전(反轉)영화의 법칙이다.
‘유주얼 서스펙트’ ‘식스 센스’ ‘메멘토’ 등 반전영화는 예상치 못했던 결말로 관객의 뒤통수를 서늘하게 하거나 가슴을 후련하게 만든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꽤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알리바이’도 소박하기는 하지만 ‘막판 뒤집기’로 제법 짜릿하면서도 쏠쏠한 재미를 던져준다.
레이(스티브 쿠건)의 직업은 일명 알리바이 컨설턴트. 바람 피우는 고객이 의뢰를 하면 ‘부적절한 관계’의 흔적을 없애는 대신 배우자에게 제시할 적절한 핑계를 만들어 주는 신종 직업이다. 조금씩 자신의 생업에 넌더리가 난 그는 직장을 정리하려던 와중에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결혼을 앞두고 바람 난 고객이, 자신의 신분으로 위장한 후 동침한 여자를 덜컥 죽였기 때문.
여차하면 누명을 쓰게 될 상황에서 죽은 여자의 애인이 레이의 목숨을 위협한다. 비밀 누설이 두려운 고객은 거물 킬러를 고용하고 킬러는 자신의 범죄를 위해 또 다른 알리바이 조작을 의뢰한다. 한 가지 일에도 정신을 추스를 수 없는 판국인데, 킬러의 세 번째 부인은 뜨거운 ‘육탄 공세’를 펼친다.
여기에 레이의 과거 비밀을 추적하는 또 다른 킬러가 끼여들고, 새로 고용한 롤라(레베카 로민 스타모스)는 호시탐탐 배신의 기회를 엿본다. 어느 것 하나 해결하기 만만치 않은 상황. 레이는 자신을 위한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든 채 서서히 목을 죄어오는 주변인물 들을 한 날 한 시 호텔에 모아놓고 깔끔한 위기 탈출을 노린다.
숨겨진 열쇠를 찾기에는 정신없이 진행되는 이야기의 속도가 큰 흠. 관객이 영화의 조밀한 알리바이를 따라잡기에는 너무 숨이 가쁘다. 맷 체코스키, 커트 마틸라 공동 감독. 12일 개봉. 15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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