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매개 치료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난치병을 앓는 아이들에게 동물이 희망을 줄 수 있거든요.”
동물매개 치료사 이주연(30ㆍ여)씨의 병술년 새해 소망이다. 동물매개 치료란 동물을 활용해 환자의 치료를 돕는 것으로 보통 훈련받은 순한 개를 이용한다. 동물은 환자나 노인들을 정신적, 심리적으로 안정시켜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외국에서는 동물매개 치료의 효과를 인정해 중환자실과 난치병을 앓는 어린이들과 치료견의 접촉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관들은 병실에 개가 들어오는 것을 싫어한다. 이씨는 “이웃 일본만 해도 인정받은 치료견이 소아암을 앓는 아이들의 치료를 돕고 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건국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이씨가 동물매개 치료에 투신한 것은 2002년 11월 삼성SDI의 도우미견센터에 입사하면서부터다. 그때부터 병원이나 요양시설, 복지관을 찾아 동물매개 치료 자원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치료과정은 도우미견과 환자의 인사 나누기, 개에게 카드 쓰기 등 12~16단계로 이뤄지고 2주일에 1회 꼴로 6~8개월 동안 진행된다. 지금은 치료 도우미견과 치료사가 부족해 단체 치료를 주로 하고 있다.
4년여 간 치료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이씨에게 잊히지 않는 일이 있다. 아홉 살 자폐 어린이가 치료를 받을 때는 개를 본체만체하다가 어느 날 개와 놀았던 장소를 지나가며 개 이름을 부른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서 의미 있는 말을 한 건 처음이었다면서 부모님이 더 놀라셨답니다. 모르는 사이에 아이에게 도우미견에 대한 기억이 남았던 거죠.”
이씨는 2003년에 회사의 도움으로 미국 북텍사스 대학에서 두 달 동안 동물매개 치료과정을 이수해 치료사 자격증을 받았다. 국내에서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손꼽을 정도다. 이씨는 또 상담치료와 동물매개를 접목하기 위해 가톨릭대에서 심리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외국에서는 애견문화가 발달해 정신과나 소아과 의사, 물리치료사가 자기 개를 치료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동물매개 치료 도우미견과 자원봉사자가 많아져 우리나라도 개인치료 도움도 가능해지면 좋겠어요.”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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