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부가 초등 1학년부터 영어 교육을 실시키로 한 배경에는 현실적 이유가 있다.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유치원 때부터 영어를 가르치는 조기 교육이 보편화해 있는데다, 상당수 초등학교에서도 이미 특기적성교육 시간 등에 1~2학년 대상의 영어수업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날 “전국 초등학교 3곳 중 1곳꼴로 특기적성교육 및 재량활동시간 등에 저학년을 상대로 영어교육을 하고 있다”며 “특히 농어촌 지역 학생들도 영어교육기회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조기교육 대상 학년을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내년까지 시도별로 1곳씩 모두 16곳을 초등 1~2학년 영어교육 연구학교로 시범 운영한 뒤 보완작업을 거쳐 2008년부터 확대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계획이 교육부의 의도대로 진행될 지는 미지수이다. 일부 교원노조가 벌써부터 딴지를 걸고 나섰고, 학부모 단체 및 일선 교사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조 관계자는 “현행 초등 영어교육도 겉핥기 수업 등으로 숱한 문제를 낳고 있는 마당에, 저학년으로 확대하면 효과는커녕 재정 낭비만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영어 선행학습의 범람’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이모(30ㆍ서울 강북구 미아동)씨는 “초등 1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게 되면 유치원 때부터 영어를 당연히 배워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교육비 부담이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선 학교 교사들은 영어교과전담교사 확보 등 인프라 확충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영어교과전담이 아닌 학급담임이 영어를 가르치는 비율이 41%나 돼 학습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M초등학교 이모교사는 “교과전담비율이 60% 이상 돼야 학습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수업시간 연장도 선결돼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초등 3, 4학년의 주당 1시간 수업은 하나마나”라며 “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도 지금보다 영어수업 시간을 2~3배 가량 늘리고 내용도 대폭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초등 영어교육 확대를 원어민 교사 배치 등 현재 추진중인 영어교육 활성화 5개년 종합대책과 연계하면 충분히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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