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경찰간부가 스스로 ‘명예의 상징’이라고 표현한 경찰 모자를 청와대에 보냈다. 농민사망사건과 관련해 치안총수가 물러나고 오직 경찰에게만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 대한 반발로 여겨진다.
그는 모자와 함께 보낸 편지에서 감성에 호소했다. “방패로 시위대를 찍는 것은 두려움으로 인한 처절한 몸짓”이라는 것이었다. 이를 알리고 싶었던지 그는 편지를 한 인터넷 토론방에 공개했다.
울분에 찬 한 경찰관의 행동이 알려진 뒤 경찰 내부에선 “속이 시원하다”는 지지와 “경찰관도 아니다”라는 비난이 엇갈렸다. 사실 현 정부 들어 경찰관의 돌출 행동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엔 현직 경찰관이 경찰에 X파일 수사를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의 편지에는 수긍할 부분도 많다. 공식적인 통로가 막힌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매도 당하는 일선 경찰관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점과 “침묵해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하면 새로운 죽음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그렇다.
하지만 방법이 옳았는지는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모자까지 보낸 것은 아무래도 시선을 끌기 위한 경솔한 이벤트로 보인다. 스스로 밝혔듯이 경찰은 ‘냉정하고 침착해야 할 공권력의 상징’이다.
이 때문에 최광식 경찰청 차장도 11일 “일탈행위 재발 방지”를 일선 경찰서에 지시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대응은 사뭇 신중하다. “모자는 돌려보내고, 사연은 민원으로, 징계는 경찰이 알아서”라는 대응으로 더 이상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겠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직분의 상징을 항의의 수단으로 내던진 경찰간부의 경솔한 처사와 오죽했으면 경찰간부가 그랬을까 하는 조롱을 감수해야 하는 청와대의 모습에 흔들리고 있는 국가기강의 현주소가 겹쳐진다.
고찬유 사회부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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