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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하나라고 생각해?" 연극 릴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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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하나라고 생각해?" 연극 릴레이

입력
2006.01.1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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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나쁜 년이야. 내 앞에서 깨끗한 척 고귀한 척 일 년이 넘도록 손도 못 잡게 하더니, 진한이며 현호며 널 다 가졌다 그거지? ” 그 말을 뱉은 남자는 내면 깊숙이 광기가 끓어 오르는 걸 느낀다. 이젠 돌아볼 게 없다. “그래, 이 새끼랑 한 침대서 같은 담배 나눠 피니 좋았어? 그 새끼랑도 잤지?” 혜진에 대한 민철의 의심은 극에 달해 있다.

듣다 못 한 혜진이 폭발한다. “오빠 미쳤어. 제 정신이 아니라고. 원하면 헤어져 줄게. 헤어져 주면 되잖아!” 투비컴퍼니의 ‘릴 – 레 - 이’는 잔인한 연쇄 강간 살인 사건과 성폭행을 줄기로 하면서 인간들이 미쳐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일대일의 관계만이 남녀간의 사랑을 설명해 주는 장치가 되지 못 하는 이 시대를 젊은 화이트 칼라의 행태를 통해 암울하게 폭로한다. 개인 번역일을 하는 혜진, 그녀의 애인이자 국과수 팀장인 민철, 혜진의 유일한 말상대이자 이웃집 남자인 동혁. 이들의 미묘한 삼각 관계가 극의 뼈대다.

마침 혜진의 대학 동창 현호가 귀국하면서 상황은 파국에 달한다. 혜진의 생일날, 현호와 혜진이 함께 있는 광경을 목격한 민철은 드디어 분노를 폭발시킨다. 현호는 바로 옛날 혜진을 성폭행했던 범인.

그러나 실제 극의 줄기는 엽기적 살인 사건의 수사 과정. “항문이 열린 걸로 봐선 살해된 지 한 사흘도 넘은 것 같은데, 사체가 너무 깨끗하잖아요.” 부검실에서 형사와 민철이 나누는 대화는 이 연극의 분위기를 압축하기에 족하다.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연쇄 살인마의 제물로 바쳐진 여인의 부검 장면을 연상케 하듯 차가운 점액질의 공포감이 극장 안을 헤집는다. 청파리, 금파리, 쉬파리, 검은 수시렁이, 비계수시렁이, 치즈파리, 침파리, 거미, 구더기 등등으로 이어지는 명세서는 최근 긴장감 넘치는 느와르의 이미지로 일상에 비집고 들어 온 생명 과학 실험실을 언뜻 연상케 한다.

2004년 ‘죽도록 달린다’로 화제를 몰고 오며 연극계에 데뷔했던 한아름(작가) – 서재형(연출가) 콤비의 세 번째 무대다. 지난해의 두 번째 작품 ‘왕세자 실종 사건’이 2005 예술의전당 ‘자유 젊은 연극 시리즈’ 작품으로 선정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이들 버디가 1년만에 도달한 결론은 연속 이미지 극이다.

종래의 활동 이미지 극, 또는 편집 이미지 극이란 개념을 한 단계 더 밀고 간 것. 연출가는 “성폭행 사건에 잠재된 문제점을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다”며 1시간 20분에 달하는 실제 극에서 객석은 문제의 성폭행 장면을 코앞에서 생생히 보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사에 의존하기 보다는 청각적ㆍ시각적 이미지들을 동원, 극의 전개 속도를 높인다. 퓨전 그룹 공명의 섬세한 음악에 콘트라베이스가 파격적 선율로 가세한다.

여기에 안무가 장은정이 배우들의 움직임을 조율해, 내면 심리를 무대에 외화시킨다. 주혜진 김은석 이혁열 등 출연. 19~29일 아르코예술극장소극장. 월~금 오후 7시 30분, 토 3시 6시, 일 3시. (02)744-7304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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