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범죄 범칙금은 꼭 내야 하고 과속 범칙금은 버티는 게 좋다구요?’
경찰이 법규 위반 시 부과하는 범칙금의 운영 방안을 개선하면서 경범죄 범칙금은 미납 시 처벌을 크게 강화하는 반면, 도로교통법 범칙금은 예외로 둬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청은 11일 오물투기 음주소란 노상방뇨 등 경범죄 위반 범칙금을 제때 내지 않을 경우 본인이 법원에 출석하지 않더라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경범 범칙자 처리지침’ 개정안을 16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 동안 경찰은 납부기한(30일)을 넘긴 범칙금 미납자에게 즉결심판에 자진 출석토록 통보했다. 그러나 법정에 나오지 않으면 즉심절차가 진행되지 못했고 50%의 가산금을 물려 범칙금 납부를 거듭 통지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공소시효(3년)가 지나면 범칙금이 무효 처분되는 점을 악용한 ‘무작정 버티기’가 관행처럼 굳어왔다. 이처럼 공소시효가 지날 때까지 버티는 위반자는 전체 위반자의 13%에 달한다.
하지만 16일부터는 납부기한을 넘기면 경찰은 2차례에 걸쳐 납부를 독촉하고 그래도 버틸경우 위반자 동행 없이 소재수사 기록만 첨부해 즉결심판을 청구한다. 특히 즉결심판 출석을 거부하면 본인이 법정에 나오지 않더라도 즉심을 청구해 법원에서 벌금형 등이 선고된다.
반면 이번 개정안에 도로교통법 위반 범칙금은 포함되지 않아 과속 등에 따른 범칙금 미납은 여전히 버티기가 가능하다. 현재 범칙금 대상인 과속 적발의 경우 운전자 신원확인을 요청하는 통지에 응하지 않고 버틸 경우 과태료로 전환된다.
1만원만 추가로 납부하면 여전히 벌점이나 보험료 할증의 불이익을 받지 않고 형사처벌도 받지 않는다. 2004년 과속 범칙금의 과태료 전환율은 97%에 달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5월 속도위반(제한속도 시속 20㎞ 초과)의 경우 부과받는 범칙금의 과태료 전환을 원칙적으로 금지, 경찰서 방문 요구 없이 범칙금 통고를 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말 법령개정 등 후속조치를 취할 계획이었으나 사실상 무산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속도위반 적발 건수가 연간 1,200만건을 넘어 운전자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범칙금 강화 방안을 도입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통신회사에 근무하는 전모(32)씨는 “경찰은 노상방뇨가 과속보다 더 위험하다고 보는 것이냐”며 “같은 경범죄인데 골라서 처벌한다는 것은 국민의 법감정상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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