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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사임, 좋아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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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사임, 좋아하시네

입력
2006.01.1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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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아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에 대한 서울대 조사가 시작된 지난달 23일, 책임 당사자인 황우석씨가 서울대에 교수직을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한 서울대의 의견은 ‘스스로 사임할 수 없으며 책임 소재를 밝힌 후 그에 따른 징계를 학교가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황우석씨의 2004년, 2005년 논문이 모두 조작이었다고 공식 발표한 10일,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수석보좌관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그런데 이에 대한 수순으로 청와대는 공식적인 의견 대신 관계자의 이름을 빌어 ‘공식 사표가 제출되는대로 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그 다음날에는 ‘대통령이 결정할 것’으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어느 반응이나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박기영씨 평온한 퇴직은 과분

박기영씨가 사의를 표명해야 했다면 2004년 사이언스 게재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이 올랐지만 실제로 한 일은 전혀 없다고 네이처지와 인터뷰한 2005년 12월초 시점에 했어야 옳다.

자기가 하지도 않은 업적에 이름을 올리는 파렴치한 거짓말만으로도 그는 공무원 자격이 없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도 그를 고용한 청와대의 입장은 ‘사임은 안되며 진상 조사를 한 후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로 나왔어야 옳다.

그런데 그가 논문에 기여한 것이 없는 것은 물론 기백억대의 국가예산을 엉터리 연구에 쏟아 붓게 정책결정을 하도록 만든 책임이 낱낱이 드러난 상태에서 나온 소리가 ‘사의’이며 ‘사표를 내면 수리한다’가 고작이라니 이 나라의 공무 집행은 이렇게 허술한가.

국가공무원법에는 공무 수행을 잘못한 공무원은 파면이나 해임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런 징계를 받으면 3~5년간 공직에 재임용되지 못하며 퇴직금도 크게 줄어든다. 사의를 표시했다는 것은 법률용어로는 ‘의원면직’인데 그냥 가만히 물러나면 된다. 박기영씨에게 이런 평온한 퇴직은 말도 안되게 과분하다.

박기영씨가 2004년 1월 과학수석이 된 후 황우석씨에 대한 정부 지원은 급물살을 탔다. 황우석씨는 과기부와 교육부 농림부로부터 98년부터 409억644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중 275억원이 지난해 집행됐다. 30억원의 지원금을 주는 ‘최고과학자’ 제도도 지난해 생겨났다.

물론 황우석씨의 연구에 대해서는 주변의 기대가 컸다. 당시에는 황우석씨를 지원하라고 언론이 정부를 심하게 몰아부치기도 했다. 황우석씨의 연구가 국가의 기간산업이 되어줄까 하여 지원을 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모든 정책 결정에 책임을 물릴 수는 없겠지만 과학수석이라는 전문가가 전문적인 판단을 전혀 내려주지 못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논문에 가짜로 이름까지 올릴 정도의 내부자라면 아는 것도 많았을 테니 책임이 더 크다. 박씨 뿐 아니라 전문가의 지위에 있으면서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공무원이라면 모두 그렇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정부가 지금부터 할 일이 있다. 황우석씨에 대한 지원 결정이 어디서 어떻게 내려졌는지를 조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전문가로서 전문지식을 발휘하지 않고 황우석씨 지원에 적극 개입한 사람을 조사해야 한다. 아울러 황우석씨 연구에 의문점을 제기한 여론이 묵살된 경로도 밝혀야 한다. 그리고 잘못의 책임소재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황우석사건 정부의 잘못 밝혀야

검찰수사와 더불어 정부가 황우석씨와 논문조작에 관여한 연구자들에게 모든 비난을 짐지운 뒤 광야로 쫓아보내면 끝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황우석씨 사건의 핵심은 일개 과학자의 거짓에 온 나라가 놀아났다는 것보다 수많은 검증기관과 수사기관을 거느린 정부가 기초적인 검증절차도 없이 국가예산을 방만하게 운용했다는 데 있다.

재발을 막기 위해 잘못된 정책결정과정의 경로를 온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있으나마나한 청와대 과학수석직을 없애지는 못할망정 새로운 위원회의 신설로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서화숙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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