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X파일 사건과 관련해 검사들에게 삼성 ‘떡값’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됐던 홍석조(사시 18회) 광주고검장이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처남이자 홍석현 전 주미 대사의 동생인 홍 고검장은 “(안기부 X 파일에 대한) 검찰 수사가 끝난 상황에서 더 이상 조직에 누를 끼칠 필요가 없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고 대검 관계자는 전했다.
홍 고검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후 1981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했다.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지검 2차장 등 요직을 거친 그는 개인적 능력에 삼성가의 후광까지 겹쳐지면서 늘 동기생 중 선두그룹을 달려왔다. 그러나 그는 결코 삼성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홍 전 대사와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의 대화를 담은 안기부 도청테이프에서 ‘떡값’ 전달책으로 언급된 사실이 지난 해 공개되면서 공식적인 사퇴 압력을 받았다.
앞서 인천지검이 홍 고검장의 사돈인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의 비자금 사건을 은폐하려 한 사실도 드러났었다. 홍 고검장이 인천지검장으로 부임하기 직전의 일이었다.
홍 고검장은 대검 감찰을 받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지난해 8월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지금 그만둔다면 터무니없는 주장을 인정하는 꼴이 아니겠느냐”며 사퇴불가 입장을 밝혔었다.
결국 도청 수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정기 인사를 앞둔 시점에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려 한 셈이다.
그러나 그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떡값 전달 등 안기부 X파일의 핵심 내용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어 홍 고검장의 명예가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설을 전후한 검사장 인사를 앞두고 유성수 의정부 지검장(17회)도 사의를 표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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