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조사위가 1번 줄기세포를 처녀생식, 스너피를 체세포 복제개로 검증내린 과정은 전공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엄정함과 신중함을 보여준다. 생명과학을 전공한 한 교수는 “조사위의 검증과정이 한 편의 논문감”이라고 말했다.
◆처녀생식 줄기세포
조사위는 황 교수팀조차 몰랐던 처녀생식 줄기세포의 실체를 밝혀냈다.
조사위는 23개의 1번 줄기세포 시료 일부가 논문은 물론 미즈메디 줄기세포, 국내외 다른 수정란 줄기세포와 전혀 일치하지 않자 제3의 난자·체세포 공여자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논문에 쓰인 A공여자와 비슷한 날짜에 난자를 공여한 B를 찾아 혈액을 채취했다. B의 DNA가 1번 줄기세포와 흡사했다. 조사위가 48개 유전자 표시자(마커)를 분석한 결과, 40개는 B 공여자의 체세포와 일치했고 8개는 쌍이 아닌 하나의 DNA가 검출돼 일치했다.
DNA가 전체가 같았다면 체세포 복제이고, 8개가 전혀 일치하지 않았다면 돌연변이였겠지만, 8개에서 한 개씩만 일치한 것은 처녀생식이라는 결론이다.
이에 대한 과학적 설명은 복잡하다. 우리 세포 안에는 23개의 염색체가 쌍(46개)으로 들어있다. 한 벌(23개)은 정자(아버지), 한 벌(23개)은 난자(어머니)로부터 온 것이다.
때문에 체세포 DNA지문 검사를 하면 한 개 표시자(마커)에서 통상 한 쌍의 DNA 피크가 검출된다. 하지만 생식세포는 감수분열(염색체가 반으로 줄어 한 벌만 남는 세포분열)한 상태이기 때문에 난자는 한 벌(23개)의 염색체만 갖는다.
난자에서 분열된 극체세포도 똑 같은 한 벌(23개)의 염색체만 갖는다. 조사위의 추정은 난자와 극체세포가 결합해 처녀생식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일부 생명과학자들은 이 경우 같은 염색체(23개씩)를 가진 세포끼리 결합한 것이어서 DNA 피크가 모든 마커에서 쌍이 아닌 하나의 DNA만 나온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난자와 극체세포는 분열되기 전 염색체끼리 일부 교환이 일어나 아버지의 염색체와 어머니의 염색체가 섞여 있는 상태다. 때문에 DNA피크는 일부 마커에선 쌍으로, 일부 마커에선 하나만 검출된다. 전공자들이 조사위의 실력에 두 손을 든 대목이다.
◆복제 개 스너피
스너피 역시 극근친교배를 통해 핵 DNA지문이 일치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복제여부가 미궁에 빠져 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조사위원이 분석을 의뢰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측은 17개 마커에서 스너피와 타이(체세포 제공 개)의 핵 DNA가 정확히 일치했고, 미토콘드리아 DNA는 난자제공 개와 일치함을 확인했다.
특히 문제가 된 근친교배 가능성에 대해 분석을 담당한 KAIST의 교수는 “근친교배 정도가 심하다면 상동 염색체끼리 차이가 없어져 DNA피크가 하나만 검출되는 빈도가 높은데, 스너피 정도라면 그렇게 심한 근친교배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스너피의 미토콘드리아 DNA가 표준형에 비해 너무 심하게 변이를 보인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개체간 차이가 심한 부위여서 문제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황 교수팀은 처음 “스너피 난자제공 개를 모른다”고 했었지만 이병천 교수가 실험기록을 뒤져 개 농장에서 난자를 채취한 개의 사체 조직을 떼어 조사위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 처녀생식이란
암수가 수정을 하지 않고 암컷만으로 개체가 생기는 것으로 단성생식으로 불리기도 한다.
물벼룩 등 일부 하등동물은 난자만으로 스스로 분열해 배아가 만들어져 개체가 발생한다. 고등동물에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 ACT사가 2001년 원숭이에서 난자로 배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황 교수팀의 1번 줄기세포는 난자와, 난자에서 분열된 극체세포가 결합해 발생한 처녀생식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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