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조사위 조사로 드러난 또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황우석 교수의 연구실이 과학자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기초도 없이, 논문을 만드는 데 급급했다는 점이다.
먼저 조사의 토대였던 실험 장부와 실험 재료들의 실체가 서로 일치하지 않아 실험 장부 자체를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황 교수팀이 보관중인 1번 줄기세포주 20개 가운데 11개는 미즈메디병원의 5번 수정란 줄기세포였고, 9개는 처녀생식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황 교수측은 ‘바꿔치기’를 주장하고 있으나 그것이 사실이더라도 세포 시료가 섞여 있고,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은 관리가 극히 비정상적이었다는 뜻이다.
곰팡이 오염에 대해 많은 전공자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도 마찬가지다.
한 교수는 “계대배양을 하는 모든 단계마다 냉동보관을 해두는 것은 대학원 1년생도 아는 기본”이라며 “냉동 보관 없이 곰팡이 오염으로 세포를 잃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실제 실험한 세포와는 무관한 데이터를 아무렇게나 쓴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다. 2004년,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복제 줄기세포 사진이라고 보고한 것은 미즈메디의 줄기세포 사진이었고, 2005년 DNA지문과 면역적합성(HLA)검사는 체세포를 두 번 검사한 결과다.
2004년 논문의 DNA지문은 실제 공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것임이 조사위에서 밝혀져, 황 교수팀은 난자·체세포 공여자를 찾아보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04년 논문에는 처녀생식이 아니라는 증거로 DNA지문 외에도 ▦난자의 핵을 빼낸 사진 ▦부모로부터 각각 물려받는 각인 유전자(RT-PCR) 데이터가 제시돼 있는데, 결과적으로 이러한 데이터 자체의 신빙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밖에 황 교수팀은 콜로니(세포 덩어리) 상태를 줄기세포 수립으로 간주했는데,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다.
정명희 조사위원장은 “1번 줄기세포가 처녀생식의 산물인지 황 교수팀이 몰랐고, 이를 알아보기 위한 어떤 실험 결과도 없다”고 말했다.
다른 조사위원은 “처녀생식 줄기세포만 제대로 연구했어도 훌륭한 논문이 됐을 텐데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논문을 내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좋은 성과를 버린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연구의 기본에 충실했다면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가 아니라도 훌륭한 성과를 냈으리라는 지적이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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