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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조사위 최종발표…안타까운 난치병 환자들/ "0.001%의 희망도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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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조사위 최종발표…안타까운 난치병 환자들/ "0.001%의 희망도 희망입니다"

입력
2006.01.1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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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 파문에 가장 큰 상처를 받은 이들은 역시 황 교수에게서 희망의 빛을 봤던 수많은 난치병, 불치병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다.

하루 아침에 휠체어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어도 10년, 20년을 기다리면 언젠가 걸을 수 있게 되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참담하기만 했던 10일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발표에도 이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황 교수 말고도 우리나라에는 많은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있음을 아는 까닭이다.

정명희 조사위 위원장이 이날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오류를 지적하여 본 조사를 촉발시킨 젊은 과학자들은 우리 모두의 희망”이라고 했던 말이 환자 가족들에게는 큰 위안이다.

“그 사람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이 해 주겠죠. 꼭 그럴 거야….”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황 교수팀의 연구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한 10일 오후. 고대 안암병원 3층 수술실 밖에서 김동환(45)씨는 곧 있을 어깨뼈 수술을 기다리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지난해 10월 경남 거제의 한 조선소에서 용접일을 하다 3층 높이에서 떨어진 김씨는 뇌와 척추를 다쳤고 곧바로 하반신 마비와 언어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그 동안 줄기세포 진위 논란을 지켜보면서도 ‘설마’ ‘혹시’했던 김씨와 가족들은 이날 서울대 발표를 보며 “그저 허탈했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뇌와 척추에 이어 세 번째 수술을 받게 된 이 날, 김씨의 아내 최숙매(46)씨는 “입원 초기 진료 카드에 ‘퇴원 예상일자 2999년 12월 31일(=무기한 입원)’이라고 적힌 걸 보고 절망에 빠진 적도 있었다”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 놓았다.

최씨는 그러면서도 한 가닥 희망마저 놓지는 않았다. “스스로 오류를 발견해 낸 우리 나라 젊은 과학도라면 다시 기대를 걸어도 되지 않겠어요? 언젠가 다시 남편이 자리 털고 일어나길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해 봅니다.”

이심전심이었을까. 제대로 말을 잇기 힘들어 하던 김씨는 오후 3시 40분께 수술실로 들어가면서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왜 그리 미련스럽게 믿었을까 나 스스로에 대한 원망도 많았어요. 하지만 0.001%의 희망도 희망입니다.”

가수 강원래(37)씨도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는 10일 “그래도 난치병 환자들의 희망을 저버리지 않도록 줄기세포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댄스학원을 운영하며 강릉에 머물고 있는 강씨는 “거짓말에 대한 배신감은 크지만 황 교수를 지지했던 건 그의 인간성 때문이 아니라 연구 때문이지 않냐”며 “줄기세포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사람들이 이번 일로 힘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우리는 줄기세포 연구라는 0.001%의 가능성으로 인해 장애인에서 환자로 바뀌어가는 과정에 있다”면서 “얼마가 걸리든 기다리며 연구자들이 조용히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지켜봐 주자”고 말했다.

“차라리 잘 된 일인지도 모릅니다. 곧 걸을 수 있으리란 섣부른 기대로 휠체어에 앉는 것조차 거부하는 장애인들이 많았는데 이젠 터무니없는 기대와 희망은 버리고 묵묵히 기다려야 할 때인 것 같아요. 10년이든 20년이든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휠체어에 앉아서도 세상을 밝게 살아가는 방법은 많으니까 제발 실망하지 말고 열심히 살면서 걸을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려 보자고요.”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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