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는 처음부터 완전한 거짓이었다.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커녕 인간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음이 서울대 조사에서 확인됐다. 지난해 말 조사위의 중간발표로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설마 이 정도였을 줄이야.
서울대 조사위에 따르면 황 교수팀의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배반포 형성 단계에 이른 것이 고작이다. 그것도 무려 2,061개의 난자를 사용한, 마구잡이 실험의 결과였으니 기술을 말하기조차 부끄럽다. 그 정도의 성과를 ‘세계 최초의 인간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 확보’로 과장해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그에 도취해 더욱 큰 거짓을 만들어낸 것이 황우석 사태의 전말이다.
허탈하다 못해 분노가 치민다. 황 교수의 거짓말은 끝을 짐작하기 어렵다. 2004년 논문 검증 과정에서 엉뚱한 난자 제공자(=체세포 제공자)를 지목했고, 연구원 난자 제공에 직접ㆍ적극적으로 관여한 사실까지 새로 확인됐다. 하기야 실상이 하나하나 드러나는데도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하고, ‘원천기술’을 주장하는 판이다.
그런 정신구조에 대한 해명은 차치하더라도 어떤 의도와 절차로, 누구의 도움을 받아 거대한 과학적 사기를 실행했는지는 샅샅이 밝혀야 한다.
연구비를 비롯한 자금 흐름을 검찰이 수사하겠지만 정ㆍ관계를 포함한 조직적 거짓 의혹까지 규명하기를 주문한다. 세계가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 직접적 배경이 국내의 열광이며, 그 열광이 뒤늦게 줄기세포 연구에 뛰어든 황우석 교수 개인을 중심으로 형성된 것이 결코 우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황우석 신화’ 만들기에 관여한 정ㆍ관계 인사의 퇴진도 시급하다.
언론도 국민적 비난의 감수는 물론 깊은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검증 능력 부족이야 할 수 없었지만, 과학적 성과를 스포츠 중계하듯 했던 행태에 대해서는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다.
아직도 한국형 줄기세포 기술에 대해 미련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고통과 기대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이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조사위의 발표로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 기술은 2004년 사이언스 논문 이전, 즉 미국 ACT가 인간 복제배아를 확보한 2001년 가을로 되돌아갔다.
설사 황 교수의 거짓 주장이 사실이었다 해도 치료단계는 아득했다는 점에서 이제는 막연한 기대를, 기초연구를 다져 나가다 보면 언젠가 ‘응용 기술’은 태어난다는 믿음으로 바꾸어 나가자. 그것이 충격에 흔들린 한국 과학의 살길이다. 이제 황우석을 잊자. 그리고 기초과학에 열정을 쏟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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