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할 나위 없는 각광을 받으며 올해 프로야구에 입문하는 새내기투수 한기주(19ㆍ광주 동성고). 어떤 이는 100년에 한번 날까 말까 한 강견이라 하고, 어떤 이는 선동열의 대를 이을 ‘제2의 무등산폭격기’라 했다. 하지만 그는 기자에게 "주위의 기대가 크고 프로에서 못하면 망신당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이 많다"고 수줍은 듯이 말했다. '괴물 투수'란 소리를 귀에 닳도록 들었지만 그야말로 정글의 세계인 프로 무대가 두렵기는 한 모양이다. 한기주는 "송 산(포수) 선배가 프로는 쉬운 게 아니라고 겁을 주고 선배들이 다들 무서워 보인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어차피 맞닥뜨려야 하는 프로에 대한 당찬 목표를 숨기지 않는다. "두 자리 이상의 승수를 쌓고 신인왕도 차지하고 싶습니다." 한기주는 지난해 말 이를 각인하기라도 하듯 "10승 이상 할 수 있는 투수가 되자"는 문구를 휴대전화 메인 화면에 새겼다. 신인 돌풍을 일으키리라는 의지를 담은 것.
키 183㎝, 몸무게 86㎏의 듬직한 체격에서 뿌리는 '돌 직구'는 최고구속 154㎞에 평균구속이 140㎞ 후반대에 달한다. 그런 만큼 프로야구 사상 신인 최고액(10억원)을 받은 그의 올 시즌 활약에 쏠리는 야구계 안팎의 시선이 여느 신인과는 사뭇 다르다. 더군다나 '꼴찌'의 치욕을 되씹고 있는 기아가 거물 루키에게 거는 기대는 클 수 밖에 없다. 한기주의 훈련을 전담하고 있는 김태원코치는 "볼 스피드가 뛰어난데다 고교생 답지 않게 게임운영능력까지 갖고 있다"며 "제구력만 좀 더 가다듬는다면 선발투수로 충분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주도 구단의 기대를 모르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이후 그는 모교인 동성고와 광주 집 인근 헬스장을 오가면서 매일 4~5시간씩 개인훈련으로 비지땀을 흘리며 지옥의 페넌트레이스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받은 정밀검사에서 어깨 피로누적 판정을 받아 공을 만지지 않고 있다"는 그는 "메이저리그의 꿈을 접지 않았지만 먼저 무너진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는데 앞장서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교시절을 마감하면서 아쉬웠던 순간이 언제냐고 물었더니 역시 일본에 역전패한 아시아고교선수권대회 결승전이라고 말했다. 그때 그의 구위는 위력적이지 못했고 영원한 라이벌이 될 일본의 '괴물투수' 쓰지우치 다카노부와의 대결에서 사실상 판정패했다. 그는 "다음 번에 태극마크를 달고 일본과 싸울 때는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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