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최종결과 발표로 공식 활동을 마무리한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한국 과학계의 자정 능력을 전 세계에 유감없이 보여줬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과학적 엄밀성을 바탕으로 한 조사 결과를 통해 “서울대의 황우석 감싸기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켰다.
조사위의 이번 활동은 논문 조작 사건의 검증과 관련된 국내 첫 성공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는 게 우리 과학계의 일치된 평가다.
조사위는 지난 달 15일 구성된 뒤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황우석 교수를 비롯해 50여명을 면담 조사하고 50시간 이상의 녹취자료 등을 토대로 46쪽 분량의 보고서를 냈다.
위원장인 정명희 서울대 의대교수 등 조사위원 8명은 매일 오전 9~10시에 출근해 자정 전후까지 수의대에 틀어박혀 논문 검증 작업을 진행했다.
모든 조사위원들과 피조사자들은 “조사 내용을 발설할 경우 민ㆍ형사상의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까지 썼다. 또 DNA 분석 결과 해석과 복제 줄기세포 연구에 관해 8명의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자문도 받았다.
조사위는 조사 착수 즉시 주요 연구원들의 컴퓨터 본체를 압류하고, 줄기세포 및 환자체세포가 보관된 저온보관 용기도 봉인했다.
줄기세포 배양실에는 감시용 비디오 카메라까지 설치해 24시간 출입자를 통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수사 뺨친다”는 평도 받았다.
조사위는 조사 기간 내내 황 교수팀의 언론 플레이와 여론의 압박, 근거 없는 언론보도 등이 잇따랐지만 이에 휘둘리지 않고 적절히 대응했다.
지난달 말 “2005년 논문에 나온 줄기세포 중 5개는 진짜”라는 증권가 루머가 한 언론에 의해 기사화되자 조사위는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하나도 없었다”고 밝혀 국민의 혼돈을 최소화했다.
조사위는 황 교수 지지여론의 강한 압박 속에서도 신중하고 전문적인 조사를 펼쳤다. 조사위는 특히 2004년 논문의 1번 줄기세포주의 DNA 분석에 통상보다 3배나 많은 표지인자를 사용한 끝에 ‘처녀생식에 의한 줄기세포주’임을 밝혀냈다.
정 위원장은 “이것을 밝힌 것 자체가 우리 조사위의 상당한 과학적 업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사위는 황 교수와 강성근 교수, 제럴드 섀튼 교수를 제외한 공동 저자들이 논문 조작에 어느 정도 개입했으며, 언제 조작 사실을 알게 됐는지 여부 등은 밝혀내지 못했다.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해 “조사위는 과학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할 수 있지만,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은 추후 수사기관에서 밝힐 것으로 기대한다”며 조사위의 역할에 선을 그었다.
이번 ‘황우석 스캔들’로 한국 과학계는 국제 과학계에서의 신뢰 추락을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할 전망이다.
반면 젊은 과학자들의 문제 제기와 서울대 조사위의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는 우리 과학계가 충분한 자정 능력을 갖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오히려 이번 일이 우리나라 생명과학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 확신한다”는 정 위원장의 말이 결코 허언(虛言)이 아니라는 뜻이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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