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물류허브’를 지향하며 1997년부터 건설해온 부산권 신항 1단계 공사가 마무리돼 19일 대대적인 개장식이 열리지만, 1주일밖에 남지 않은 지금까지 이 곳에 정기 기항하는 선사가 단 한 곳도 확보되지 못했다.
‘속빈 강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개장일에 외국선사 소속 2척과 국적선사 소속 3척이 일시기항 체제로 들어와 환적화물을 처리하는 일정을 부랴부랴 잡아 체면치레는 하게 됐지만 당분간 개점휴업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항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신항급의 국제규모 항만이 문을 열 때는 세계적인 규모의 정기선사 20여 곳 중 최소 3~4개사와 미리 계약해 3~5년간의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관행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사가 기존 부산항 등과의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은 데다 신규 물동량을 잡기도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항은 올해 3개 선석에서 90만TEU(1TEU는 20피트 기준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1년까지 모두 30개 선석을 완공해 처리능력을 800만TEU로 늘리게 된다.
이 같은 ‘빈손 개항’에 따라 1단계 3조여 원을 비롯해 총 9조여 원이 투입되는 신항은 향후 상당기간 정기계약 선사 없이 일부 환적화물만 처리하거나 부산항과 동시기항 체제로 여분의 화물만 처리하는 신세를 면하기 어렵게 됐다.
해양수산부는 “항만 개장 후 1년 동안은 처리실적이 능력의 50%를 넘지 못하는 게 통례”라고 말하고 있으나 이 같은 안이한 태도로는 소 지역이기주의에 휘둘려 신항 이름 짓는 데만 수년을 끌어온 우를 되풀이하기 십상이다.
천문학적 돈을 들인 국가사업이 출발부터 모양이 일그러진 책임은 일차적으로 신항 운영업체에 있겠지만 정부가 져야 할 몫도 적지 않다. 최근 개장한 중국 양산항이 상하이항과 물량을 적절히 나눠 탄력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 정부의 왜소함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세계 최대의 크레인과 첨단 자동화 물류시스템’운운하지만 주인은 없고 객들만 떠드는 형국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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