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10일 이른바 ‘유령 당원’과 ‘종이 당원’에 대한 손보기에 나섰다.
계기는 서울 봉천동 노인 156명이 지난해 7, 8월 본인도 모르게 우리당 당원이 됐고, 통장에서 매달 1,000~2,000원이 당비로 빠져나갔다는 사실이 언론에 폭로된 것. 기간당원제의 그늘인 불법 당원 모집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배기선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 “이번 사건의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16개 시도당에 대해 특별 당무 감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앙당과 당 홈페이지에 불법 당비 대납 신고센터를 만들고 ▦2ㆍ18 전당대회 등 모든 당내 경선 과정을 중앙선관위에 위탁하며 ▦선거에서 불법을 저지른 후보자에게는 선거 공탁금을 돌려주지 않기로 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우리당이 이처럼 강하게 나온 것은 이번 파문이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위기 의식에서다. 각종 당내 선거 출마 후보자들이 명의 도용, 당비 대납 등 편법을 동원해 당원을 모집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당헌ㆍ당규 상 매달 2,000원 씩 6개월 이상 당비를 낸 기간당원만 공직 후보 및 당직 경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대의원’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실제로 기간당원 숫자는 2004년 7월 2만 5,000명 수준에서 지난해 2월 당원협의회장 선거 때는 23만 8,000명으로 급증했다가 4ㆍ2 전대와 4ㆍ30 재보선 후보 경선이 끝난 뒤엔 14만 8,000명으로 줄었다. 그러다 5월 지방선거 당내 경선에서 기간당원으로 인정 받기 위한 입당 시한인 지난해 8월 말엔 45만명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봉천동 노인들이 무더기 가입된 것도 이 때다.
불법 당원 모집 파문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대전에선 당비를 대납한 광역의회 입후보 예정자 3명이 구속 기소됐고, 같은 해 1월엔 7년 전 사망한 사람이 광주시당에 입당 원서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4월 울산시당이 자체 조사를 한 결과 80%가 입당한 사실이 없거나 확인이 안 되는 ‘유령 당원’이나 당비를 누군가가 대신 내주는 ‘종이 당원’으로 밝혀졌다. 우리당은 지난해 9월 이전에 입당해 지방선거 후보 경선 때 투표권을 갖게 된 예비당원 55만명 중 최소 23만명이 본인 확인 절차 등을 통해 걸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12월말 현재 기간당원은 45만명이다.
그 동안 기간당원 숫자가 꿈틀댈 때마다 “어느 출마자가 종이 당원 수천명을 모집했다”, “모 시당에서 무더기 입당원서가 발견됐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중앙당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 한 당직자는 “이번 감사가 끝나면 기간당원 중 최소 수만명이 허수로 드러나고, 전대 뒤엔 기간당원제 폐지 논란이 재점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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