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조사위원회가 10일 발표한 최종 조사결과는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 성과에 총체적 ‘사망 선고’를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복제 개 스너피는 진짜로 판명됐지만, 사람 체세포 복제에 관한 한 줄기세포의 실체가 없을 뿐 아니라 황 교수가 끈질기게 주장해온 ‘원천 기술’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복제 줄기세포는 단 1개도 없다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의 1번 줄기세포는 여성 A씨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같은 A씨의 체세포를 이식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사위가 황 교수팀이 보관중인 세포주 20개, 한국세포주은행에 기탁된 1개 등 총 23개 샘플을 3개 기관에 보내 분석한 결과, A씨의 체세포 핵치환으로 만들어진 줄기세포주가 아니었다.
이미 가짜로 판명 난 2005년 논문의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포함해 복제 줄기세포는 단 1개도 없다는 결론이다.
조사위는 1번 줄기세포의 실체에 관해 추가 조사를 벌인 결과, 다른 공여자 B씨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에 붙은 세포(극체)의 유입에 의해 유발된 ‘처녀생식’(단성생식)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이 줄기세포는 핵이식 전문이 아닌 미숙련 연구원이 버려진 미성숙 난자로 핵치환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으로 추정됐다.
결국 2004년 논문의 데이터도 모두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브릭’ 등에서 제기한 사진조작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조사위는 공식발표문에서 “이러한 행위는 과학계와 일반 대중을 모두 기만하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줄기세포 만들 원천기술은 없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관심이 쏠린 부분은 복제 줄기세포의 존재 유무보다는 그것을 만들 원천기술이 있느냐였다. 황 교수가 “논문은 조작됐지만 원천기술은 있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고, 원천기술이 있다면 재기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사위는 “핵이식에 의한 체세포 복제 배아 줄기세포 원천기술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위는 그 근거로 줄기세포 확립 기술을 단계별로 냉정하게 평가해 제시했다.
먼저 핵이식 기술과 관련, 동물 난자를 이용한 복제 기술은 주당 1,000회 이상의 핵이식 실험이 실시됐고 최근 개 복제(스너피)에 성공한 것 등을 감안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사람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는 ‘쥐어짜기’ 기법, 이른바 ‘젓가락 기술’은 효과는 인정되나 동물복제에서 보편화 한 것이어서 독창성이나 지적재산권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음 단계인 배반포 형성도 성공은 했지만, 이 기술은 이미 다른 연구실에서도 보유하고 있어 ‘독보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마지막 줄기세포 확립 단계는 줄기세포도 없고 만들었다는 과학적 증거도 없는 만큼, 원천기술은 없다는 것이 조사위의 결론이다.
정명희 조사위원장은 황 교수팀의 기술 수준에 대해 “(원천기술이라기보다는) 기반기술이다. 우리 목표는 저기에 있는데 언제까지 기반기술만 갖고 자랑할 것이냐”고 일침을 놓았다.
바꿔치기란 말 이해하기 힘들다
조사위는 황 교수팀이 주장한 줄기세포 바꿔치기 논란에 대해 공식발표문과 보고서에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정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모든 노력을 경주했는데 진상을 밝힐 수 없었다”면서 “조사위의 한계를 넘어가는 것으로, 향후 수사기관에서 더 잘 밝힐 것으로 기대한다”며 검찰에 공을 넘겼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관련 질문이 쏟아지자 “조사위는 바꿔치기라는 말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바꿔치기라면 있었던 것과 다른 것이 바뀌어야 하는데, 줄기세포가 없이 어떻게 (바꿔치기가) 가능한지 지금도 미궁”이라고 덧붙였다. 우회적으로 황 교수측의 바꿔치기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난자사용도 문제 투성이
2004년, 2005년 논문에 사용된 난자 수는 미즈메디병원, 한나산부인과, 한양대 의대, 삼성제일병원 등 4개 병원에서 129명으로부터 채취한 총 2,061개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난자 채취 과정에서도 숱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병원은 한양대 기관윤리심의위원회(IRB)에서 승인한 난자기증 동의서 양식 대신 합병증 등 위험성에 대해 기술하지 않은 약식의 동의서를 사용했고, 한양대 IRB도 연구계획서 승인 당시 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
또 황 교수는 연구원의 난자기증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고 주장해왔지만 조사 결과, 황 교수는 2003년 3월 연구원이 미즈메디병원에서 난자를 채취할 때 동행했으며, 5월 다른 여성 연구원들에게도 난자기증동의 양식을 나눠주고 서명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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