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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눈이 지겨웠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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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눈이 지겨웠던 시절

입력
2006.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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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아래 눈고장에서 자랐으면서도 한번도 눈을 지겨워해본 적이 없다. 어린 우리에게 눈은 오면 올수록 좋은 것이었다. 눈이 얼마큼 왔는가를 이야기할 때에도 발목만큼 왔다거나 무릎만큼 왔다고 말할 때도 있지만, 그 중간쯤 내렸을 때는 농사꾼 아들답게 ‘논슴 덮을 만큼 내렸다’는 표현도 쓰곤 했다. 논바닥보다 볼록하게 솟은 논둑이 하얗게 덮일 만큼 내렸다는 뜻이다.

그런 눈을 지겨워했던 시절이 있었다. 같은 강원도의 인제 원통에서 군대생활을 할 때였다. 설악산의 바깥 자락과 맞닿은 그곳도 눈이 참 많이 내렸다. 날씨도 엄청 추웠다. 눈이 내린 날 아침마다 넉가래를 들고 연병장의 눈보다 부대 바깥 도로의 눈을 치러 나갔다.

그 동네의 버스와 자동차들이 잘 다니라고 치우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눈을 쳐놓아야 각 부대의 자동차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만 해도 모두 비포장 흙길이어서 내린 즉시 치지 않으면 땅과 눈이 한 덩어리로 얼어붙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누가 눈이 왔다고 하면 모두들 내무반이 주저앉을 만큼 한숨을 쉬었다.

아침 일찍 단지 안의 눈을 쓸어내는 경비 아저씨 모습에 문득 그 시절 생각이 난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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