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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떠남의 의식(儀式)'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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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떠남의 의식(儀式)'에 관하여

입력
2006.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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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나는 사랑하던 두 남자를 잃었다. 하나뿐인 사위와 손아래 남동생이다. 공인회계사였던 40세의 영국인 사위는 심장마비로 하루아침에 갔고 대학교수로 정년 퇴임한 67세의 남동생은 뇌암 수술 후 투병 끝에 생을 마감했다. 사위는 유언에 따라 화장했고 동생은 가족묘지의 어머니 옆에 안장됐다.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의 순간들이었지만 나는 비통함을 이기기 위해서라도 차분하게 이들의 마지막 떠남의 의식을 똑바로 지켜보려고 애썼다.

동생의 영안실은 1,000여 명이 넘는 조문객과 수많은 조화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개당 10여만 원씩 한다는 큰 조화는 너무 많아 놓을 데가 없어서 들어온 지 5,6시간 만에 쓰레기하치장으로 갔다. 국산인지 중국산인지 알지 못할 수의는 수백만 원을 호가했고 관도 ‘마지막 효도’라며 엄청난 가격을 매겼다.

염을 하는 의식은 눈뜨고 못 볼 시간이었다. 흰 가운에 흰 마스크를 한 남녀가 동생의 시신을 이리저리 뒤집으며 주먹만 한 알코올 솜뭉치로 닦고는 수의를 입히고 어깨 밑과 허벅지 부위를 꽁꽁 묶은 뒤 관에 넣고는 유족더러 들어와서 마지막 인사를 하라고 했다.

사위의 영국 기독교식 장례는 너무나 차분했다. 장의사는 보통 가정집 같은 2층 벽돌집이었는데 2층에 고인을 안치하고 전화로 방문시간을 예약한 유족에 한해 관 뚜껑을 열어놓고 기도나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면회시간을 주었다.

내가 간 날, 사위는 희미한 전등불 밑에 평소 좋아했다는 겨자색 면 티셔츠와 쑥색 모직 바지, 회색 양말을 신고 두 손을 배 위에 모으고 얌전히 누워있었다. 손에는 아내의 활짝 웃는 사진이 들려있었다.

장례식은 경건했다. 친척과 친구들이 보낸 위로카드와 꽃다발로 집안이 꽉 찼지만 장례식에는 친척 24명만이 참석했다. 교회의 장례예배에서 목사님은 고인의 유년시절부터 차근차근 유머를 섞어가며 이야기하듯 회상과 설교를 했다.

20분 거리에 있는 화장터까지 가는 길에서는 행인들도 성호를 긋거나 합장해 고인의 명복을 빌어줬다. 화장이 끝난 뒤에는 친척들 전원이 집으로 돌아와 잘 차린 음식을 먹고 서로 안부와 위로의 말을 한 뒤 3, 4시간 있다 귀가했다.

나도 마지막 가는 날에는 내가 좋아했던 옷으로 아름답게 치장한 뒤 내가 정말 사랑했고 나를 정말 좋아했던 가족, 친구들과 조용하고 따뜻한 인사를 나눈 뒤 한 줌 재가 되어 자연의 품에 안길 수 있기를 기도했다.

문경희 원로 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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