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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경제 성장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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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경제 성장의 함정

입력
2006.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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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를 기점으로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것은 각국 정부의 지상과제가 되다시피 했다. 한정된 기간 안에 이 과업을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소위 ‘워싱턴 컨센서스(미국식 시장경제체제, 즉 신자유주의의 대외 확산 전략)’의 수칙이라고 하는 ‘자유화, 민영화, 세계화’를 따르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언론과 이 이론의 열렬한 추종자들은 인도의 회생이 여기에 달렸다고 떠들어 댔다. 그들은 자와할랄 네루 전 총리가 ‘재앙이나 다름없는 사회주의 이념과 모델’을 도입함으로써 인도 경제를 파멸로 이끌었다고 비난했다. 그 결과 서방 언론과 학계가‘힌두식 경제성장률’이라 비아냥거리는 연간 3~3.5%의 성장에 그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제 워싱턴 컨센서스의 처방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인도는 7~8%의 고성장을 누릴 수 있게 됐고, 연간 성장률 10%를 달성해 중국을 제칠 날도 멀지 않았다는 논리다. 곧 강대국 대열에 진입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여기서 아주 불쾌한 의문이 일어난다. 높은 실업률, 가난, 질병, 문맹, 빈부격차 등 인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 의문점에 대한 즉각적인 해법을 찾기 전에 우리는 ‘경제 성장’의 이면을 확실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성장’과 ‘발전’은 같은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두 개념은 다른 속뜻을 담고 있다. ‘경제 성장’은 ‘한 국가가 연간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지속적인 증가 정도’를 뜻하며, 보통 국내총생산(GDP)으로 나타난다.

재화와 서비스의 총량은 생산성의 향상 없이 막대한 노동력을 투입하거나 생산 조건을 바꾸지 않고 생산성을 높일 때, 혹은 노동력과 생산성 모두를 늘릴 때 늘어난다. 다시 말해 ‘실업 없는 성장’과 GDP의 증가는 신규 고용 기회를 박탈하거나 기존 노동력을 감축했을 때나 가능한 것이다.

반면 ‘경제 발전’이라 함은 훨씬 포괄적인 개념이다. 양적 팽창인 성장뿐만 아니라 기술적이고 제도적인 변화까지 내포하고 있다. 성장 없는 발전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어떤 나라가 단기간에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경제 발전은 아니다. 경제 발전은 성장과 함께 분배 조건과 경제 구조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것은 적절한 인구 분포나 소득 격차 감소와 기술적 진보를 선도할 수 있는 교육 수준, 노동 숙련도 등의 변화를 말한다.

60~70년대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일 가격 폭등과 생산량 증가 덕분에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늘어난 GDP의 혜택은 소수 계층에게만 돌아갔고, 사회적 가치와 태도에는 어떤 변화도 없었다. 정치와 법률은 여전히 전근대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명백히 경제 발전은 없었던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더들리 시어스는 “부의 재분배를 미루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다. 소득 수준이 높은 계층은 필연적으로 특권을 유지하려는 방법을 찾게 마련이다”라며 성장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강하게 비판했다.

경제 성장이 국가 정책의 전면에 등장한 이후 실업률은 오히려 높아졌다. 또 지역 간 격차와 소득 불평등도 확대됐다. ‘사치 열병’이 부유층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져나갔고, 그들의 과소비는 뇌물과 부패, 사회적 위화감과 다양한 종류의 범죄를 낳았다.

정부가 치안력을 확충하고 군대를 동원한다 하더라도 성장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이러한 부작용을 뿌리 뽑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쉬 미슈라 인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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