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문학 비평가 모임 ‘포럼X’가 출범했다. 고봉준(36) 이명원(36) 홍기돈(36) 고명철(36) 오창은(36) 고인환(37) 정은경(37) 이경수(38) 최강민(40) 권성우(43) 김명인(48) 씨가 그 면면이다.
주류 평단에서 말하지 않거나 못하는 것들, 관행처럼 굳어진 주제비평이나 계열화비평 등 점점 왜소해지고 있는 평론의 경향들, 그 타성에 공동으로 저항하면서 스스로도 엄격한 비평의 과녁이 되겠다는 취지다.
‘주류’ 평단이라고 했지만, 이들 역시 ‘비평과전망’ ‘작가와비평’ ‘문학과경계’ ‘리토피아’ ‘황해문화’ 등 문예지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해온 평론가들이다. 하지만 문지나 창비 등 소위 메이저급 문예지에 비해 변두리에 위치한, 그래서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졌던 이들이고, 그런 만큼 문학 평론의 대안적 흐름을 형성하기에 적합하다는 판단과 의욕이 이들에게는 있다. 모임을 결성한 취지, 혹은 문제의식의 일단을 이들은 이렇게 피력했다.
-수십 년 씩 비평을 해 온 선배들이 여전히 평단의 주역으로 활동하시는 것은 존경할만한 일이지만, 역설적으로 젊은 세대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80년대의 좋은 젊은 비평가들이 현장에서 사라진 것은 그들이 조직화하지 못한 까닭도 있다.
-최근 신인급 젊은 비평가들이 엄청나게 늘었지만 자기 목소리를 내고 뜨겁게 논의할 수 있는 장(場)은 극히 제한적이다. 또 기회를 얻더라도 선배들의 시스템에 포섭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이들은 모임을 에콜 v.s 반에콜, 권력 v.s 반권력 식의 상투적인 대결구도로 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논의의 지평을 협소하게 만들 수 있고 패턴화된 냉소주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호비판을 통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성찰적인 측면을 중시할 생각입니다. 포럼X의 ‘X’도 모든 의제의 금기와 제한을 없애고 무한대로 확장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죠.” 전방위로 확장된 자기 성찰의 장(場). 그들은 가라타니 고진이 최근 저서 ‘트랜스크리티카’에서 밝힌 “‘비판’(비평)은 상대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음미이다. 다시 말해 ‘비판’은 오히려 자기음미이다”는 시각에 적극 공감한다고 말했다.
모임 총무인 이명원(서울디지털대 문창과 교수)씨는 “우리 모임은 소위 386세대의 문제의식을 공유하지만, 변화된 시대에 맞는 다른 비평 형식 새로운 전망을 찾겠다는 세대 모임, 이를테면 ‘포스트(post)386’적 모임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기존 회원 중심으로 매달 한 두 차례씩 모여 콜로퀴움 형식으로 발표와 자유토론을 이어간다는 게 이들의 계획이다. “점차 회원도 늘리고 논의의 성과들을 모임의 이름으로 발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비평의 르네상스가 가능하다면 그 물꼬를 트는 데 앞장설 생각입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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