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철(59) 전 한국IBM 사장이 LG그룹의 시스템통합(SI) 업체인 LG CNS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2004년초 불거진 한국IBM 납품 비리 사건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정든 정보기술(IT) 업계를 떠난지 2년 만이다.
지난 6일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를 가진 신 사장은 2년 동안의 백수 생활을 묻자 “난생 처음 슬로우 라이프(Slow-life)를 살아봤다”는 말로 소회를 대신했다. 그는 1973년 한국IBM에 입사해 23년 만에 최고경영자(CEO)가 됐고, IBM의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총괄본부장 등 굵직한 자리를 맡는 등 쉼표 없는 삶을 살았다.
그는 “퇴직 후 갑작스레 주어진 여유가 어색하더라”며 “소홀했던 개인 생활에 관심을 쏟았다”고 말했다. 신 사장이 대외활동을 재개한 것은 2005년 금융솔루션 전문 업체인 로고스시스템에서 이사회 회장 자격으로 경영 자문 역할을 하면서부터다.
지난 달 신 사장이 LG CNS의 사장으로 내정되자 IT업계에서는 그의 과거 공과보다는 영입 배경에 큰 관심을 보였다. 대기업의 SI업체는 그룹 계열사들의 IT 인프라를 책임지고 있다는 특성 때문에 그룹오너나 경영진의 특별한 신임을 얻는 인물이 사장을 맡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삼성SDS의 김 인 사장, LG CNS의 정병철 전 사장 등이 대표적인 예다.
신 사장은 “LG그룹과의 여러 인연이 첫 단추가 됐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1996년 한국IBM의 PC사업부를 분리해 LG전자와 합작사인 LG-IBM을 만들었고, LG화학과 데이콤 등 LG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로도 활동했다. 여기에 30년간 한 우물만 파온 전문성이 높은 평가를 받아 ‘낙점’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신 사장은 업계의 리더로 복귀한 첫 해에 매출 2조원과 영업이익 1,2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지난 해보다 각각 18%, 20%나 올려 잡은 야심찬 수치다. 하지만 SI업계의 과열 경쟁과 낮은 수익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신 사장은 “그간의 개인적인 경험과 LG CNS의 긍정적인 변화가 결합한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말했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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