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이나 슈퍼마켓 등을 운영하는 영세 사업자라도 종업원을 1명이라도 고용하고 있다면 올해부터 지급조서를 국세청에 반드시 제출해야만 한다. 지급조서란 근로소득 등을 받는 사람의 인적사항 및 소득금액과 지급시기 등을 기재한 자료로, 일종의 인건비지급 명세서이다.
정부가 지급조서 의무제출 대상을 확대키로 한 것은 조세행정의 사각지대에 있던 약 220만명의 일용직 근로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일당 8만원 이하인 일용직 근로자는 사실상 근로소득세 담세능력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그동안 관련 사업자에게서 이들에게 지급되는 일당이나 월급 등의 원천 징수의무나 세무자료를 받아 오지 않았다. 즉, 세금을 낼 여유가 없는 계층이므로 굳이 과세정보도 수집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내년부터 근로소득보전세제(EITC)를 도입키로 함에 따라, 일용직 근로자에 대한 조세정보가 필요하게 됐다. ‘마이너스 소득세’로도 불리는 EITC는 소득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자에게 정부가 돈을 주는 제도이다.
일용직 근로자가 개별적으로 얼마나 버는가에 대한 실제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는 EITC 도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영세사업자에게 관련 정보를 세무당국에 알릴 의무를 지우게 된 것이다.
고용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개인 사업자에 해당하는 골프장 캐디, 대리운전자, 간병인 등에 대한 과세정보를 골프장, 대리운전업체, 파출용역회사 등이 제출토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요컨대 일반 샐러리맨의 정보는 세금을 걷기 위해 수집하지만, 일용직 근로자의 정보는 돈을 주기 위해 수집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강화라는 명분에도 불구, 세원 노출을 우려한 일부 자영업자와 고소득 일용직의 반발도 예상된다. 실제로 정부는 인건비와 같은 사업상 주요 경비가 파악됨에 따라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률이 높아지고, 일부 고소득 숙련 일용직 근로자에 대한 정상 과세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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