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500명 정도 수술 해요. 여긴 뭐, 한국 병원이죠.” 한국인 장기이식 환자가 많이 찾는다는 중국 톈진의 한 병원 브로커의 말이다. 실제로 병원 곳곳에서는 한국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고, 병원측은 한국 환자를 위해 조선족 간호사들을 배치해두고 있다.
국내에서 장기 기증을 받기 어려운 환자들의 중국 행이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러나 수술을 받지 못한 채 돈만 날리거나 수술 후 관리소홀로 목숨을 잃는 피해자들이 적지 않다.
KBS2 ‘추적60분’은 11일 밤 11시5분에 중국 원정 장기이식의 실태와 문제점을 집중 추적한 ‘중국원정 장기이식 실태보고-우리에겐 마지막 선택이었다’를 방송한다.
간암을 앓던 윤지영(가명ㆍ39)씨의 남편은 지난해 5월 세상을 떴다. 중국에서 간 이식수술을 받고 돌아온 지 이틀 만이었다. 남편은 중국에서 한 달 넘게 수술이 늦어지며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B형 간염이 있는 간인데 일단 수술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사의 말에 반신반의하면서도 다른 방도가 없어 수술을 했다가 결국 목숨을 잃은 것이다.
간 질환으로 오래 고생한 박모씨도 브로커의 말만 믿고 중국으로 갔다가 한 달이 넘도록 수술을 받지 못했다. 뒤늦게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브로커에게 미리 건넨 이식비용 수 천 만원을 되돌려 달라고 요구했지만 끝내 돈을 되찾지 못했다.
한 해 1만 여건으로 알려진 중국 내 이식수술 장기의 상당수는 사형수의 장기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장기 적출이 암암리에 행해지고 이식 후 사후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윤씨의 남편처럼 간염 보균자 간이 이식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틈을 타고 환자들의 절박한 사정을 악용한 브로커들의 사기행각도 끊이지 않는다.
사실 중국 원정 장기이식의 부작용이 이슈화 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 향하는 환자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 수는 1만5,012명. 그러나 뇌사자의 장기 이식은 91건에 그쳤다. 기다림에 지친 환자들이 결국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실낱 같은 희망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이처럼 환자들을 ‘위험한 선택’으로 내모는 국내 장기기증의 현실도 함께 짚어본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