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법원이 공개한 구속영장 처리기준에 대해 검찰이 9일 “사법 불신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검찰은 외부인사의 자문을 반영한 나름의 구속영장 청구기준을 준비중이어서 구속을 둘러싼 양 기관의 이견이 어떻게 조율될지 주목된다.
구속은 수사나 재판상 필요에 따른 것이지 유죄의 대가는 아니다. 하지만 구속을 곧 처벌로 여기는 관행 때문에 그동안 헌법상 무죄추정이나 불구속재판 원칙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에 법원과 검찰이 구속기준 정비에 나선 것은 이런 모순을 없애자는 뜻에서다.
현행 법 체계상 영장 발부 심사는 법원의 고유권한으로 결국 법원의 판단이 중요하지만 앞으로 검찰이 외부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법원의 기준도 논의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은 3일 ‘실형 선고가 예상되면 구속하고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이 예상되면 불구속한다’(실형 기준의 원칙) ‘형사정책적 고려(재범 방지, 피해자 보호 등)에 의한 구속은 지양한다’ 등의 구속영장 발부 기준을 공개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실형 선고 가능성을 기준으로 영장 발부여부를 정할 경우, 구속영장 심사가 사실상 본안 재판의 영역을 침범할 우려가 있다”며 “특히 뇌물ㆍ경제범죄 등 화이트칼라 범죄는 초범이라는 등의 이유로 법원이 집행유예로 풀어주는 경우가 많은데 집행유예 가능성이 높다고 불구속하면 사법 정의는 실종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형사정책적 고려를 최소화해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 등으로만 발부 여부를 판단할 경우 소득이 높고 주거가 안정된 사회 고위층 인사일수록 구속 가능성이 낮아지고 사회적 지위가 낮은 저소득층일수록 구속 가능성이 높아져 자칫 ‘유전(有錢)불구속 무전(無錢)구속’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더해 법원이 불구속을 확대하려면 범죄에 알맞은 처벌을 보장하는 양형기준제도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독일 등 유럽 선진국처럼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외에 재범 위험이 높을 경우 예방차원에서 구속하고 중죄는 별도의 구속요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구속영장 청구기준을 마련중인 검찰은 학계ㆍ변호사ㆍ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찰 정책자문위원회에서 이를 논의한 뒤 다음 달 20일 공청회 등을 거쳐 3월부터 일선에서 시행할 방침이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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