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이 3선의 김무성, 이재오 의원의 맞대결로 최종 확정됐다. 경선을 준비해온 대구 출신의 안택수 의원은 9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근혜 대표(김무성)와 이명박 서울시장(이재오)의 대리전, 영남 과 수도권의 대결, 주류 대 비주류의 격돌로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번 경선은 사학법 투쟁방향을 둘러싼 두 후보의 입장차이까지 변수로 떠올라 흥미가 배가되고 있다.
박 대표의 지지세력으로 꼽히는 김 의원은 강경투쟁을, 이 시장과 가까운 인사로 분류되는 이 의원은 원내외 병행 투쟁론을 지지하고 있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 시장은 사학법을 정체성 위기와 연관짓는 박 대표의 논리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두 후보는 일단 이 같은 이분법적 시각을 부인한다. 편을 분명히 가를 경우 득표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 의원은 등원거부 지속방침에 대해 “찬성한다고 볼 수 있으나, 히든 카드도 있을 수 있다”고 여운을 두었다.
앞으로도 박 대표의 강경 드라이브에 끌려가기만 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려는 제스처다. 그는 “(등원을 위해) 박 대표를 설득할 수 있는 카드는 나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이 의원측은 “사학법 투쟁의 키를 박 대표로부터 넘겨받아 새로운 투쟁의 활로를 열 수 있는 적임자는 이 의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작 이 의원은 출마를 선언하면서 “당론을 존중하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처음부터 박 대표와 대립 각을 세우는 게 유리할 것이 없다고 본 듯 하다.
그러나 이 문제를 놓고 양측이 뚜렷한 전선을 형성하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박 대표의 결기에 눌려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초ㆍ재선 의원들이 경선을 계기로 등원론을 공개 피력하는 등 토론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남의 한 초선 의원은 “핵심 지지 층인 사학단체가 손을 든 만큼 이제는 국회에 들어가 개각과 경제난 등 현 정권의 실정을 추궁해야 한다는 소신을 원내대표 후보들에게 밝히고 입장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도 “이번 경선이 박 대표에 상처를 덜 주고, 등원명분을 찾을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선거를 사흘 앞둔 이날 양측은 과반수인 60표 이상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허수도 포함돼 있지만, 빡빡한 접전 양상임은 분명하다. 갈수록 논란이 뜨거워질 사학법 투쟁문제가 막판 승부를 가를 변수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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