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이 재차 급락, 장중 한때 975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외환당국과 투매세력 사이에 980선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수출기업과 은행권이 맺은 옵션연계 매물이 대부분 달러당 980원에 걸려 있어 이 선이 무너지면 손절매도 물량이 쏟아져 950원선까지 급전직하할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10억달러 가까이 사들이고도 결국 980선을 지켜내지 못했다. 대내외적 원화 절상 압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정부의 거시경제 운용이나 기업의 경영전략에 보다 실효성있는 환율 면역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발등에 불로 떨어진 셈이다.
이날 급락은 기조적인 달러약세 요인에다 최근 미국 고용지표가 나쁘게 나오면서 엔ㆍ달러 환율이 114엔으로 떨어짐에 따라 뉴욕 역외선물환 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이 983원으로 마감한 탓이 컸다. 이는 지난 주말 서울 외환시장 종가보다 5원이나 떨어진 것이어서 심리적 불안요인을 가중시켰고 그 결과 장이 열리자마자 달러 투매물량이 쏟아졌다.
정부가 우려해온 “환율이 국내경제의 기본적 상황이나 국제 외환시장 추이와 지나치게 괴리돼 한 쪽으로 쏠리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따라서 미세조정(smoothing operation) 수준의 시장개입이 불가피했다고 볼 수 있다.
새해 들어 불과 6영업일 동안 환율이 40원 가까이 하락한 것은 외환당국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기도 해 이 같은 비정상적 상황을 방치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부가 개입 시점이나 성과에서 모두 실패함으로써 향후 환율관리는 한층 어렵게 됐다. 특히 환투기세력들에게 정부의 마지노선을 보여줌으로써 투기세력의 발호 여지도 더욱 커졌다.
환율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체질 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고부가가치 상품 및 브랜드 개발’이 준비된 해답으로 나오지만 그에 앞서 서투른 정부 대응부터 재점검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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