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8영업일 동안 무려 35원이 떨어졌다. 지난 4일 달러 당 1,000원 선이 붕괴되고 5일에는 990원 선이 무너진 데 이어, 9일에는 980선마저 치고 내려왔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원화 환율은 엔ㆍ달러 하락 등의 영향으로 지난 주 금요일보다 10.60원 하락한 977.50원으로 마감했다. 1997년 11월6일(975.00원) 이후 8년2개월 여 만에 최저이다.
외환당국의 대책과 개입도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날 오전 975원까지 떨어진 환율은 당국의 개입으로 983원까지 급반등하기도 했지만, 당국의 개입은 오히려 달러 매도의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이날 외환당국은 약 5억 달러어치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환율급락이 역외 투기세력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밝혔지만 역외세력과 국내 기업, 은행권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러를 던지고 있다. 외환은행 구길모 과장은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세 자릿수 환율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인식을 이미 가지고 있었던 상황에서, 역외 세력이 불을 당겼을 뿐”이라고 말했다.
국내기업의 수출호조와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입 등에 따른 달러의 공급과잉으로 환율하락은 불가피하다는 게 작년부터 시장의 대세였다. 정부 개입으로 이를 막아오긴 했지만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 중단 시사에 따른 달러 약세를 계기로 환율하락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장은 “당국으로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며 “오히려 무리하게 개입하면 손실만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당국이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 이상으로 환율을 방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해서도 안 된다는 얘기이다.
철옹성 같던 980선이 무너진 이상 추가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출 기업들의 환 위험 헤지(회피)를 위한 ‘녹아웃 달러매도옵션’(환율이 일정가격에 도달하면 계약이 취소되는 옵션)이 980~985원에 집중돼 있었지만, 980선이 무너지면서 기업과 은행의 달러처분이 쇄도할 것으로 보인다.
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방어수단이 효력을 잃었기 때문에 기업들은 어떤 식으로든 달러를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950선까지도 각오해야 한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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