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매서운 한파로 잔뜩 웅크린 채 새해를 맞았다. 해가 바뀌긴 했어도 우리 사회의 넉넉하지 못한 이웃들의 어설픈 모습은 날씨만큼이나 엉거주춤해 보인다.
무슨 잘 난 일들을 한다고 민생을 위로한다면서 길에서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 환호하고 자부하던 생명공학 분야 연구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다가온 충격과 좌절, 제발 좀 민심을 읽어 달라고 아우성치는 국민의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갈 길만 가는 무리를 보면서 더 한기를 느낀다.
그래도 이왕지사 맞은 새해, 아직 살아야 할 날이 많이 남았으니 희망을 이야기해 보자. 무엇이 어찌되든 간에 우리 모두 숨 쉬고 당연히 가야 할 길이 있고 결국은 그렇게 가고 있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이왕이면 물을 보되 바다를 보고, 나무를 보되 산을 바라보자. 우리 사는 모습이 각기 다르기는 하지만 너무 옹졸하게 콱 막힌 삶을 살지는 말자. 그래도 가능하면 희망을 노래하며 좀 더 여유로운 모습으로 살아가자. 결국에는 모든 것이 다 같기 때문이다.
재물이나 권력, 명예가 있든 없든, 지위가 높든 낮든 간에 마지막에는 한 줌의 재가 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런고로 2006년 병술년 새해에는 좀 더 관대해지고, 후해지고, 여유로워지고, 끌어안아 주고, 가진 것을 좀 나눠 줘 보자. 특별히 이 땅에 찾아와 먹고 살려는 가난한 외국인들이 많이 있는데 그들에게 좀 더 잘해 줘 보자. 우리가 자랑하는 금수강산, 이 땅이 낯설고 서럽지 않도록, 그래서 걱정 없이 좀 여유 있게 잘 먹고 살도록 배려해 주고 보살펴 주자.
그래도 될 것이 우리의 살림살이가 전에 비해 많이 괜찮아진 편이 아닌가. 이미 우리는 세계화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많은 우리 동포들도 남의 나라에 가서 그들 사회에 엉겨 붙어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면 다른 민족, 나라들로부터 수많은 빼앗김과 수모를 당했지만 남의 나라 덕 본 적도 많은 것이 사실 아닌가?
이런 면을 생각해서라도 새해엔 좀 더 여유롭고 관대해지며 함께 부둥켜 얼싸안고 사는 꿈을 꾸어보자. 외국인들이 우리 국민의 선의와 배려 속에 잘 살게 되면 우리는 훨씬 더 잘 살게 되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직원보다는 사장이 잘 사는 것이 원리 아닌가? 마음속으로 조그맣게 다시 한번 외쳐본다. 외국인이 잘 살면, 우린 훨씬 더 잘 산다.
이정호 대한성공회 샬롬의 집 원장ㆍ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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