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중학생이었고, 형들은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다. 방학이 아직 한참 남은 어느 가을 날, 형들이 짐을 싸들고 내려왔다. 탱크가 교문을 막아섰다고 했다. ‘유신’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탱크로 학교 문을 막으면서까지 해야 할 일이라면 어린 나이에도 왠지 그것은 옳지 않은 일 같았다.
휴전선을 막아서야 할 탱크가 대학 교문을 막아서던 일은 그 후에도 종종 있었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에도 그랬고, 동생이 대학을 다닐 때에도 독재자들은 걸핏하면 탱크를 끌고 나오거나 경찰을 풀어 학교 문을 막았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났다. 이제 그런 일은 아주 없겠거니 했더니 이번엔 학교 문을 닫고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고 사학재단 측이 엄포를 놓는다. 나무라기는커녕 제발 그러라고 부추기는 세력들도 만만찮다. 어떤 신문도 그러고, 어떤 정당도 그런다.
정말 별일을 다 본다. 30년 전 아버지는 탱크로 학교 문을 막고, 30년 후 딸은 거리에 나서 사학법 반대 투쟁을 벌이고, 거기에 의지하여 사학재단은 우리 아이들의 입학을 거부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어떤 신문은 그게 바른 일인 양 부추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탱크들이 아직도 학교 문 앞에 서 있다.
이순원 <소설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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