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독립을 겨냥한 천수이볜(陳水扁) 대만총통의 신헌법 제정추진 발언으로 연초 이래 고조된 중국과 대만 간 양안(兩岸)긴장이 이번엔 판다곰 한 쌍을 둘러싸고 증폭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5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롄잔(連戰) 전 대만 국민당 당수와의 국공(國共)합작 회담을 계기로 대만에 선물하기로 약속한 판다곰 암ㆍ수 2마리를 6일 확정,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쓰촨(四川)성 워룽(臥龍)판다보호연구센터에 보호중인 판다 23마리 중에서 금실이 가장 좋은 16번 암컷과 19번 수컷(이름은 춘제(春節ㆍ설)직전인 28일 TV 공모로 결정)을 이르면 6월 대만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태어난 지 1년4개월 된 19번 수컷의 어미는 중국이 미국에 기증한 팬더곰 화메이(華美)로 이를 대만에 선물함으로써 양안문제를 둘러싼 중국-미국-대만의 3각 긴장관계가 완화되길 중국 정부는 한편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 정부는 이 같은 중국정부의‘판다 외교’가 대만을 중국에 통합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우젠셰(吳釗燮) 대만대륙위원회 위원장은 7일 “대만정부가 중국의 판다곰을 받아들이겠다는 공식발표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되는 중국의 일방적인‘판다 외교’는 대만을 존중하지 않는 처사”라고 맹비난했다.
우 위원장은 특히“중국정부가 최근 외국에 대한 판다곰 기증을 금지한 상황에서 대만에게 이를 선물한다는 것은 대만이 중국 땅이라는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원칙에 따른 통일전선 전술”이라며 “이는 대만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정부로서는 이 같은 대만의 반응에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리웨이이(李維一)중국 대만 판공실 대변인은 8일“대만 정부가 평화적인 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중국의 제안을 받아들여줄 것을 희망한다”고만 짧게 논평했다.
그러나 중국의 ‘판다 외교’에 대한 정부의 반발과 달리 대만 국민들 사이에서 판다의 인기는 벌써 하늘을 찌를 정도다.
최근 대만 차이나타임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만 시민 77%가 ‘판다곰을 환영한다’고 응답한 반면 5%만이 반대입장을 보였다.
마잉지오우(馬英九) 타이베이(台北) 시장은 이미 정부기관에 관련 신청서를 제출하고 시 동물원에 판다를 유치하기 위한 운동에 나서고 있다. 또 타이중(台中)시와 신추(新竹)시 등도 팬더 유치전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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