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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내리는 사학…불씨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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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내리는 사학…불씨는 여전

입력
2006.01.0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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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립중ㆍ고교법인협의회(이하 협의회)가 9일 신입생 배정거부를 공식 철회함에 따라 사상 초유의 ‘입학 대란’ 우려를 낳았던 정부와 사학의 극한 대립은 일단 큰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협의회는 위헌소송 법정 투쟁과 법률불복종 등 법 개정 운동은 계속해 나가기로 해 개정 사학법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 강경, 여론 불리

사학들의 급격한 선회는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초강경 경고가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주 지역 사학들이 신입생 명단 수령을 거부한 직후인 6일 청와대는 배정 거부 행위를 ‘헌법적 기본질서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규정했다. 법 질서 수호차원에서 사학비리 전면 조사에 착수하는 등 모든 행정적ㆍ사법적 절차를 단호하고 신속하게 시행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또 제주 사학들이 신입생 배정거부를 철회한 이후인 8일에도 임시이사 인력풀 공모 추진 등의 카드를 꺼내들며 전국 사학들을 강도 높게 압박했다. 이는 교육부의 사전 경고가 ‘엄포용’이 아님을 청와대가 보증하고 정부와 여당이 사학법 개정을 추진한 당초 취지였던 비리사학 척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교육부와 시ㆍ도교육청 등 교육당국도 사학들의 신입생 예비소집일 연기 요청을 거부하는 등 일사불란하게 사학들을 압박했다. 교육부는 8일 실ㆍ국장 회의와 전국 16개 시ㆍ도 교육청 감사관 회의를 잇따라 소집해 전국적인 비리 사학 실태 파악에 착수하는 한편 세부 감사 방안 등을 논의했다.

신입생 배정거부에 대해 “학생을 볼모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는 여론의 냉랭한 시선도 부담이 됐다. 기세 좋게 신입생 배정자 명단 수령 거부를 처음 실행에 옮겼던 제주 사학들은 불과 이틀 만에 무릎을 꿇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전교조 등 개혁적 성향의 교육ㆍ시민단체들은 물론 사학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각급 학교의 총동창회들까지 신입생 배정거부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협의회가 8일 긴급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성명에서 신입생 배정거부를 철회하면서 “그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한 것도 여론의 압력이 이번 결정의 한 원인이었음을 보여준다.

▦시행령 개정 타협 여지

사학들의 전격적인 신입생 배정거부 철회로 우려했던 3월 입학대란은 피했지만, 사학들은 여전히 개정 사학법을 ‘위헌적인 법률’로 규정하고 법 개정 운동을 계속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협의회는 우선 위헌소송 등 법정 투쟁에 주력할 전망이다. 지난 달 28일 이미 헌법소원을 제기해놓은 사학단체들은 개정 사학법이 사학운영의 자율성,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원칙, 직업선택의 자유 등에 위배된다고 보고 헌재가 자신들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믿고 있다.

협의회는 법률불복종 운동과 함께 1,000만인 서명운동 등 합법 투쟁도 계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정부의 비리 사학 전면 감사 방침에 대해서는 “사학비리가 만연하게 된 데는 교육부의 관리 책임도 있다”며 감사를 거부하겠다는 방침이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교육당국과 사학단체가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부쩍 높아졌다. 교육부는 8일 배포한 사학법 시행령 개정위원회 회의 결과에 대한 보도자료를 통해 “건학 이념을 구현할 수 없는 자가 개방형 이사로 추천될 경우 학교법인이 개방형 이사의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학들이 그간 전교조 회원 등이 이사로 추천될 가능성을 들어 개방형 이사제의 도입을 반대해온 것에 어느 정도 부응해주는 모양새이다.

시행령개정위는 이 밖에도 개방형 이사의 자격을 ‘사학의 건학 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자’로 규정하고 구체적 자격기준은 사학이 자신들의 실정에 맞게 정관에서 규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학들이 그간 개정 사학법에 제기해온 불만 중 상당 부분을 전향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자세다. 시행령개정위는 현재 위원을 추천하지 않고 있는 종교ㆍ사학단체들에 공문을 보내 참여를 요청하는 한편 이들이 끝까지 참여하지 않더라도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는 주기로 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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