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6일 과거 남한 정권들이 북송 비전향 장기수들을 탄압했다는 이유로 10억 달러의 보상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보내왔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을 문제 삼는 현실을 굳이 말하지 않겠다. 인권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는 제쳐두더라도 사람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염치를 얘기하고 싶다.
장기수 문제는 납북자 문제와 같은 차원에서 논의돼온 사안이다. 1993년 YS정부는 “장기수를 보내려면 납북자를 받아야 한다”는 국민 정서를 과감히 뛰어넘어 이인모 노인을 전격 북송했다. DJ정부 역시 63명의 장기수를 북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북한은 납북자들을 돌려보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건강악화 등 부득이한 사정으로 사상 전향서를 쓰고 풀려난 장기수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이들을 보내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는데도 그랬다. 그런 야멸찬 태도에는 인권보다는 정치적 계산이 있을 뿐이었다.
북한은 이번 고소장에서 한나라당을 사죄와 보상의 주체로 지목했다. 이 역시 불쾌하다. 한나라당 책임은 우리가 따질 일이지, 북한이 할 일은 아니다.
미국이 한마디만 해도 내정간섭이라고 발끈하는 북한이 어떻게 이런 고소장까지 낼 수 있는가. 그래서 우리 정부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분명한 태도를 보였다면 어찌 이런 선전 선동이 가능하겠느냐는 불만이다.
장기수 북송은 냉전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진 비극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성이었다. 또 갈라진 민족 사이에서 인도주의적 가치만은 존중하겠다는 의지였다. 이런 장기수 문제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북한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 요즘 유행어로 “너나 잘 하세요”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이영섭 정치부 기자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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